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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단 한 사람 본문
죽음이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제목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이야기의 시작이고, 끝이다. 왜 단 한 사람 일까? 그건 사람의 힘으로 할 수가 없다. 신이, 정령이, 나무가 내리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단 한 사람을 구하되 내 마음대로 구할 수도 없다. 그저 정해진 명령대로 단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 구하라는 명령을 거역하면? 내 몸에 고통이 배(倍)가 되어 공격을 해 온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운명처럼 정해진 단 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 이런 운명을 받은 사람이 할머니, 엄마, 딸, 조카로 이어진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 당신과 나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지금 내 마음에는 광활한 하늘과 드넓은 바다. 거센 바람을 타는 새, 비바람에도 한 자리에서 다만 흔들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단 한 사람. 당신이 있습니다. ' 작품 후기인 '작가의 말'에서 밝힌 작가의 소감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내 나무는 마치 신령처럼 존재한다. 주인공 목화에게 단 한 사람을 살리도록 다른 사람들을 소거시키는 것도 나무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는 8만 년을 살았다는 미국 유타주의 사시나무 군락이다. 줄기 하나에 수 백개의 가지가 붙어서 죽고 살기를 반복하는데 그 뿌리의 크기가 4.3헥타르( 43,000제곱미터)에 이른다. 호모사피엔스가 3만년 전에 출현했다고 하는데 그 이전인 네안데르탈인일 때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다는 말이 된다. 또 하나의 나무는 스웨덴에서 2008년에 발견된 9550년 된 독일가문비나무로 줄기가 죽어도 뿌리가 살아서 500~700년마다 새 줄기를 재생하여 나무를 유지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160p) 사람의 탄생이란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사랑의 시작 또한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139p)라고 말한다. 뿌리를 뽑혔으니 그 끝을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의미다.
삶은 죽음과 탄생을 모두 담는 그릇이다. 죽음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210p) 여기 없는 사람이 나를 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지켜줄 수는 있다. 그 믿음은 내 안에 있다. (215p)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언어로는. 말해 버리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229p) 그분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신을 찾는 사람은 자기 속부터 들여다봐야 해. 거기 짐승이 있는지. 연꽃이 있는지. 기도로 구할 수 있는 건 감사하다는 말뿐이지. 나머지는 다 인간 몫이야. (141p)
이 책을 읽으면서 고향 마을 냇가에 서 있는 500년 된 느티나무를 떠올린다. 내가 어렸을 때 냇가에 물놀이 하러 갈 때도, 5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아마도 30년 후면 나는 죽고 느티나무는 거기 남아서 세월을 살아낼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 착안하여 저자가 글을 쓴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존재할 이유는 단 하나. 단 한 사람을 구해라. 그것이 삶을 의미 있게 사는 길이다. 사람을 구하는 것은 이유도 없고 대상도 정해진 게 없다. 그저 구하면 된다. 그 구한 사람이 오직 한 사람, 당사자인 그 사람이 바로 세상의 나이고 너이고 그이다. '사람을 구한다는 것에 꼭 목숨을 구한다는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살아도 귀신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죽어서도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있다. (204p)'
주인공 목화는 동생 금화가 나무에 깔린 것을 보고 쌍둥이 목수에게 지켜보게 한 후에 어른들을 부르러 갔다 왔지만 금화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후 금화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백방으로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고, 열 여섯이 되던 해에 사람을 구하는 중개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목화는 금화의 죽음에 대한 답을 찾는다. 삶은 탄생과 죽음이 함께 담긴 그릇이고, 그것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금화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삶의 일부였다. 그러나 말로는 받아들일 수 없고, 살아내야 알 수 있는 답이었다. 삶은 살아내야 답을 알 수 있다. 누군가 삶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살아보고 말하라고 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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