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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내가 이별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본문
내가 이별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양광모
내가 이별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사월 봄비 되어 너를 떠나리
꽃으로 피어나라 꽃으로 피어나라
잎과 줄기, 뿌리마저 모두 흠뻑 적셔준 후
가랑비거나 이슬비 되어 너를 떠나리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별이란
상처가 아니라 꽃을 남기는 것
너의 상처에 꽃 한 송이 피워내며
나는 떠나리
내가 이별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양광모시인의 시집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에서 오늘 봄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시를 골랐다. 시(詩)는 한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말씀 언(言)과 절 사(寺)가 합쳐진 문자다. 그래서 시를 "말로 지은 집"이라고 하기도 한다. 시는 산문에 비해 길이는 짧은 대신 여운이 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를 쓰기가 어렵고 그러니 "집"이라고 표현했는가 보다. 시 안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이 언어로는 담지 못하고 행간에 녹아있고 여운이 되어 향기처럼 오래오래 기억이 난다.
시인은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별이란 '상처가 아니라 꽃을 남기는 것'이라 말하면서 이별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사월 봄비가 되어 떠나겠다고 한다. 사월 봄비는 멈춰서 망설이던 꽃망울들을 일제히 터뜨리고 사람들의 옷섶도 가볍게 풀어 헤치면서 생명의 싹들을 밀어 올리고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싹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릴 듯도 하다.
아침에 듣는 빗소리는 차바퀴에 깔려 튀는 소리로 들리더라도 사월의 봄비라면 반갑다. 생명을 담고 있으니까. 누군가 이별을 꽃으로 남기고 있다. 오늘이 제주 4.3.사건 추모일이었다. 역사의 그림자에 희생된 분들이 아직도 많다. 빨리 달리느라 소중한 것들을 많이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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