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Tags
- 새로운 산업
- all the beaty in the world
- 사진집
- 용기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
- 오블완
- 최진석
- 불안은 긍정적 감정으로 몰아내라
- 행복
- 휴가갈 때
- 평택시 한 책
- 헤어질 결심
- 안중도서관
- 왜우니 독서토론
- 브링리 홈페이지
- 나는 좋은 사람이다
- 교육
- 나쓰메소세키
- 브뤼헬
- #백석 #나태주 #한국시 #문학비교 #서정시 #현대시 #위로 #감성문학
- 서평
- 바닷가의 루시
-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
- 브링리
- 교육의 방향
- 자유
- 티스토리챌린지
- 리더
- 평택독서인문교육
- 배다리도서관
Archives
- Today
- Total
물.불. 흙.바람 +나
금 간 꽃병(BROKEN VASE) 본문
금 간 꽃병
쉴리 프뤼돔(1839-1907, 프랑스)
이 마편초(馬鞭草)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간신히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생채기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 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나오고
꽃들의 물기는 말라 들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모르고 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고임 받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맘을 스쳐서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횡사를 한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가
자라고 흐느낌을 느끼나니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요즘 책 읽는 사람을 소수민족이라고 한다는데 시 외우는 사람은 극소수민족일까? 시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김혜자 배우가 담소하는 자리에서 인생의 굴곡을 넘어 온 후배 배우의 삶을 듣다가 읊은 시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말이리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음을. 그 마음을 헤아려 볼 수밖에.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의 한 구절 "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이 생각난다. 누구나 가진 상처가 있어서 조금씩 물이 새어 나오고 결국은 그 안에 꽃힌 감성도 메말라 버리고 시든 꽃만 꽂혀서 곧 깨져버릴 듯이 위태로이 서 있는 꽃병을 사람에 비유했다. 온전히 어른의 모습을 김혜자배우에게서 발견한다. 듣고, 마음아파하되 충고는 하지 않는다.
'읽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읽히는 시] 루미-여인숙 (0) | 2023.10.24 |
---|---|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 (1) | 2023.10.04 |
행복 (1) | 2023.05.11 |
차를 마시기 적당한 시간 (0) | 2023.03.29 |
詩, <우리 시대의 역설> (1) | 202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