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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읽히는 시] 루미-여인숙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0. 24. 23:17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루미, <여인숙> 전문-

 

  요즘 읽고 있는 책 <감정수업>(강신주)은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감정 표현에 서툰 이유를 배우지 않아서 라고 말한다.  그리고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감정들을 소개한다. 제시된 48개의 감정 중에서 낯선 게 있다. 호의. 환희. 박애. 쾌감. 확신.  돈을 아껴쓰듯이 감정도 아껴쓴 건 아니었을까?

   생에서 언제 환희를 느껴보았을까? 환희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했던가? 단 하나의 의심도 없이 타인의 호의를 받아 들인 적은 있었을까? 타인과의 상생을 위해 박애라는 감정을 가져보았는가? 언제 한번 내 의사를 밝히고 확신있게 뭔가를 할 수 있었던가? 감정도 배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태어나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기본적인 감정들도 모른 채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익혔을까?

  루미는 힌두교 신비주의 창시자라고 한다. 패키지여행상품으로 터키에 간 적이 있다. 흰 옷의 치마모양의 옷을 입고 긴 굴뚝 모양의 갈색 모자를 쓰고 손을 가슴에 포개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는 남자들을 보여주는 선택상품이 있다. 바로 그 춤이 세마라는 춤인데 루미가 만들었다. 모자는 비석을. 흰옷은 수의를 상징하며 오른손을 하늘쪽. 왼손은 땅을 향한 채 양팔을 벌리고 왼발을 축으로 하여 오른발을 구르면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자아를 잊고 명상의 경지에 드는 수행을 하는 모습을 우리는 춤이라고 보는 것이었다.  춤이 아니고 종교의식이었다.

아침에 옷을 고르듯이 감정을 새롭게 바꾸보는 것도 좋겠다. 내가 가진 감정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는 것도 좋겠다.  아니면 터키 승려처럼 춤을 출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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