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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행복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5. 11. 23:09

행복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철학자 칸트는  해야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앞으로의 희망이 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어떨 때 행복하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나의 방이 있고,  소리내서 웃을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순서는 아무래도 좋다.
  꼭 행복해야 할 의무라도 있는듯이 행복하라고 인사도 한다. "행복하세요.", "건강하고 생복하셍요.", 줄여서 "건행하세요"까지 "부~~자되세요." 이후에 "행복하세요"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된 것일까?
  행복  말고도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행복은 도무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되어버려서 암암리에 우리를 까닭없이 불행한 사람으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남들이 말하는 '그거'가 없으면 불행해 보이기도 한다. 보여지는 게 워낙 중요한 세상이니 그렇다. 너나 없이 보여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진심이다. 그러는 사이 정작 "뭣이 중헌디"하는 말 처럼 중요한 가치와 개념마저 사라지고 있다. 못 닿을 곳에 있는 행운까지 잡으려 말고 내 옆에 있는 거에 감사하며 살려면 "나의 행복은 뭐지?"하고 묻고, 답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