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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 31. 18:09

 모두가 평범하고 딱 그만큼만 특별해!

  저자는 유튜버 '원샷한솔'이다.  시각장애인이 된 것은 18세다.  13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이후 큰 엄마와 큰 아빠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레베르시신경병증으로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좌절하지 않고 고등학교 자퇴 이후 한빛맹학교, 건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에서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나무 그늘 밑 잠시 쉬어 가는 곳)'를 만들었다.  유튜브 '원샷한솔'은 "어떤 아픔과 불편도 우울한 현실도 모두 꿀꺽 삼키고 소화하겠다"는 의미이며,  1년 2개월 만에 10만 명에 도달했고 세계 최초로 점자로 제작된 실버버튼을 유튜브 회사로부터 받았다. 

  '삶은 내가 예상한대로 흐르지 않았다. 인생 속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변수와 함께 내 삶은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52p) 어려서 엄마와 헤어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큰 좌절이 있을 법하다. 이런 이유로 비뚤어지고 문제아를 자처하는 아이들도 많지 않던가? '더는 가지지 않은 것에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가 현재 가진 것을 생각하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기로 했다. '(57p)는 저자 김한솔이 선택한 인생을 사는 방법이다. '내게 남은 감각이 '네 개나 있다는 생각은 내 삶을 훨씬 즐겁고 풍요롭게 했다. 당연했던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금 내가 누리는 상황들을 더 감사히 받아들이게 했다. (89p) 비교할 것이 도처에 널려 있어서 한국은 아파트 평수, 자동차의 배기량, 아파트 가격, 학벌, 신체 조건 등등을 가지고 얼마나 비교를 많이 하는가? 장애와 비장애는 엄청난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음에도 저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함을 일찍이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현명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안타까운 가정 형편을 보게 되지만 너무나 다행히도 큰 아버지, 큰 어머니가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어른의 역할을 다해 주었기에 저자가 살아가는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책으로 보면 20대 청년이면 누구나 하는 생각을 적었기에 무척이나 평범하다.  '더는 남들을 신경 쓰느라 나 자신을 가둬놓고 싶지 않았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139p)', '누구나 꿈꿀 자유가 있고,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 (140p)', '모두가 평범하고 딱 그만큼 특별해(228p)' 등의 말들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누구나 가지는 생각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노력을 담은 담담한 문장을 보면 그 문자아에서 잠시 시선을 멈추게 된다. '인생에서 쉬운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일 역시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언제나 나를 또 다른 예상 밖의 상황으로 데려다주었고, 나는 그곳에서 성장했다. (112p)' 빛이 있고 없음을 구분하는 정도의 시력을 가진 저자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미국의 뉴욕, 시카고를 방문하고, 유튜버로 활동하는 도전은 저자의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결과물 중의 하나다.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멋진 말과 현란한 글보다 낫다.  

 

  https://www.youtube.com/watch?v=5BLVaXdKNCk

 

  저자가 겪는 일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어서 유튜브를 보면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그럼으로써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과 수치심, 모멸감, 불안, 초조함, 긴장 등을 마주하게 된다.  비장애인도 때로 겪는 일이지만 장애인은 그 겪음의 정도가 잦고 심하다.  인간이 인간에게 환대와 친절과 다정함을 갖는 건 당연한데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친절과 멸시,  계층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나도 그런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다. '모두가 평범하고 딱 그만큼 특별해.' 그러니 자신이 겪는 불친절만큼 친절하고, 불안과 긴장만큼 안정감을 주고,  수치심만큼 환대하는 마음을 가지면 어때요?라고 묻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자신이 평범하다고 느끼는 만큼 그 사람은 그만큼 특별하다. 만약 자신이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비장애인으로서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우울하고 불안하며, 자꾸만 이웃들의 삶과 비교되어 비참하다고 생각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니 '원샷 한솔' 유튜브를 보기를 권한다.  여기 시각장애인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친절하며 유쾌한 꿈을 꾸는 청년이 있습니다.  우리 이웃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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