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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장애 시민 불복종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 31. 19:03

권리는 현행법보다 앞선다

이 책의 저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으로 500일간의 정장연활동일기를 썼다고 말한다. 변재원은 지체장애인이다. 인권운동가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행정학을 공부했다.

 

  책의 표지에 영어 문장이 보인다. ‘ pisson pitty. Nothing about us without us. Nondecision making. Humble.(동정심에 오줌을 갈겨라. 우리 없이 우리를 논하지 말라. 겸손)’

 

  순서는 탐색-직면-이해-연결 순으로 적었다. 장애인이 본 장애인연대의 활동 내용이라서 공감 백배였을 것이다. 비장애인으로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비장애인도 한순간 장애인이 될 수 있음에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인의 불편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한테 계단은요. 마치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같은 거예요. 그건(전장연 대표 박경석 씨의 말)”(27p) 그리고 장애인은 적자생존 사회에서 쓸모없음으로 버려지는 존재가 되는 슬픔을 전염병이 세계를 휩쓴 순간부터 경험하였다. ‘눈앞의 참사(청도대남병원 코호트격리로 사망자 속출)를 마주하며 깨달은 것은 모두에게 평등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국민의 생명의 우선순위조차 은연중에 정해져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도움이 필요하고 취약한 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게 포기될 수 있다.... 살 자와 죽을 자를 가르는 비참한 통치의 규칙이 존재한다.’(71p)

 

  “공부 너무 많이 하지 마. 사람이 멍청해지고 자기 잇속만 챙기게 돼.” 전장연 상임대표인 이규식의 말이다. 지하철 역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103p) 현재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시민불복종의 형태다. 서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91%, 저상버스는 51%가 배치되었다. (223p) -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요구하고 권리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의 눈물과 땀이 이뤄낸 성과라는 말이다.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려면 법을 뛰어넘어야 한다.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획득, 식민지 해방, 주5일 근무...... 소수가 끌어낸 역사적 긴장감에 의해 비로소 논의에 부쳐진 내용의 결과물이다. 강자의 호혜가 아니다. (231p) ’ 당사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해야만 조금이라도 세상이 움직인다.(160p)-장애인이 요구하고 설치한 엘리베이터를 비장애인도 이용한다.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는 지하철공사가 처음 설계할 때 거기 있지 않았고,  장애인연합에서 그들의 권리를 요구한 덕분에 비장애인인 나도 이용하게 되었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하는 일이 버스 앞을 가로막고 '저상버스'를 요구하여 때로 교통지옥을 ㅁ낟르기도 하지만 그들이 시동 건 버스 앞에 드러누워 얻어낸 결과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 모두 스트레스와 긴장을 유발하는 말들의 포화 속에서 위태로운 일상을 겨우 버티고 있다. 휘청거릴지언정 무너지지 않는 것이 칼 같은 말이 오가는 시대의 정신이 되었다. 날카로운 말들이 경쟁하는 지금. 우리의 몸과 마음은 비난의 홍수 속에 빠르고 위태롭게 잠기고 있다. (274p)' 저자는 2023년 지금의 시대를 말이 칼이 되어 주고받는 상처로 서로 피 흘리는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조직은 허니문기간이 있다. 곧 그 기간이 끝날 때가 온다. 그 이후에는 무엇으로 유대를 지속할지는 지금 얼마나 서로 신뢰와 기능적 상호의존을 쌓아두느냐에 달렸다(92p)', '민주주의 구성원이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참여뿐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꿈꿔야 한다.(75p) '권리는 언제나 현행법보다 앞선다.(227p)' '오늘날 사회에서 어떤 '불법'은 매우 인위적인 의도를 갖고 설계된 기준이며, 제도적 변화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228p)' 장애인인 저자는 '참여'만이 불법적으로 사람들의 존엄성과 평등의 기본법을 짓누르는 사각지대를 이길 수 있으며, 그 권리가 언제나 현행법 보다 앞선다고 주장한다.  오랫동안 성장과 발전의 그늘에 가려서 포기하고 살았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의 권리를 더 이상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과 발전은 끝을 모르며, 그 성장과 발전도 결국 우리, 개개인의 삶이 무너진 후에는 소용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독성이 좋은 글자 크기로 쓰였고,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저자의 능력이 탁월하고 합리적인 문체들로 인해 어려운 법과 현실의 괴리감을 적절히 줄여주기에 읽는 동안 저자의 이끔에 의지하여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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