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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름이 법이 될 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 31. 17:31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2023년 12월 7일 고 김용균 씨가 근무하던 화력발전소의 원청인 서부발전은 김용균의 사고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작업 도중 숨진 사건이다.  당시 월급은 226만 원이었고, 서부발전에서 태안화력발전소로 내려보낸 월급은 528만 원이었다고 한다.  약 302만 원은 하청업체와 원청업체가 인력 수급을 위해 썼다고 추측되는데 왜 원청과 하청이 근로자의 임금에서 절반도 넘는 금액을 가로채는 구조인지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kbs 기자 홍사훈 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 <홍사훈의 경제쇼>를 진행한다.  거기서 들은 내용이다. 

  이 책의 정혜진 기자는 법학 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변호사다.  이 책의 부제를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이라고 적고 있다.  이 책에는 총 6명의 법이 되어 우리 곁에 남은 사람들이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주변의 사람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세상에 주장한다. 2018년 12월 11일 화력발전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컨베이어벨트 점검 도중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떨어짐,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문제에 맞음은 근로자의 주요 5대 사망 사건 요인이다.  이전에도 1970년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주장하며 죽은 전태일이 있었고, 1988년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15세 문송연이 있었다.  김용균 사건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하여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여 중대산업재해를 예방,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산업안전보건법(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함을 목적으로 만든 법 )이 생겼다. 

  

  태완이 법은 1999년 지나가는 5살의 아이에게 황산을 뿌려 3도 화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말한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해죄의 경우 공소시효 적용을 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다.  공소시효()는 죄를 범하고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면 국가의 소추권을 소멸시켜 공소제기를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이다. 5년 미만의 자격 정지는 1년, 사형에 해당되는 범죄는 25년이 공소시효이다. 

 

 구하라법은 2019년 걸그룹 카라의 멤버 구하라가 28세로 사망하면서 논의되어 제정되었다.  자식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에게 자식의 재산이 상속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민법 일부 개정안,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부모 생전에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 등 부당하게 부모를 대우했을 때 증여를 무효로 하는 내용인 불효자방지법도 논의 중이지만 효도를 강제한다는 논리로 아직 국회 상정도 되지 못하고 있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11일 신호등이 없는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민식이는 차에 치여 사망하고 동생은 차와 충돌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길 건너편 가게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가던 길이었다.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 즉 스쿨존에 과속방지턱과 과속단속카메라,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이 강화되었다. 

 임세원법은 2018년 12월 31일 정신과 의사인 임세원이 환자 치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자해 혹은 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가 퇴원할 때는 오래 치료를 지원하고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사례를 관리하는 내용을 강화하게 되었다. 또한 의료인 폭행은 가중처벌하고 의교기관 개설자는 안전과 보안조지를 강화를 의무화하였다. 

 

사랑이법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미혼모의 경우는 엄아의 성을 따라 출생신고를 할 수 있지만 아빠가 양육을 할 경우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사랑이 아빠의 이야기다. 엄마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으나 가족관계 등록 신청 절차가 간소화됨에 따라 사랑이는 출생신고가 가능해졌다. 

 

 김관홍법은 2016년 6월 1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이야기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침몰 실종자 수색 활동을 한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는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 많은 사람들의 시신을 바다 위로 끌어올려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일을 했지만 이후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렸으나 국가의 의료지원과 금전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관홍 씨의 죽음 이후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되었다.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 사건', '청주 지하도 침수로 인한 사망 사건' 등 국가적인 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된 사건과 관련된 가족들은 아직도 국가에 진상을 규명하고 적절한 대책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의 피해자 가족들은 '우리 가족이 겪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재발 방지 약속을 해달라'는 게 한 목소리다.  이 책은 이름이 가진 무게와 나와 닮은 사람들을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멀리 있는 사건을 이름을 빌어 가까이 데려다주고 그들의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님을 상기시켜 준다.  김용균은 일터로 내몰린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이다. 그가 생전에 동료와 했던 말은 "우리 잘리면 어떡하지?"였다고 한다.  일터의 안전교육 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이고, 하청업체 대신 원청업체가 작업을 하는 산업구조다.  김용균의 월급이 원청에서 계산한 대로 528만 원으로 찍히고 그대로 김용균에게 전달되어야 맞지 않겠는가?

"우리는 슬픔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