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2023. 6. 1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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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8.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18. 21:38

  서양은 4 원소를 '물, 불, 흙, 바람'으로 나누고,  동양은 '물, 불, 흙, 바람, 나무'로 나눈다.  서양 기준과 동양 기준이 그리 다르지 않다.  지구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인간은 지구상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연구한 학자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연구가 2천 년을 넘은 지금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블로그 이름을 '물 불, 흙, 바람'으로 정했다가 얼마전 '물, 불, 흙, 바람+나'로 바꿨다.  4 원소가 있어도 내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하는 마음을 반영하였다.  뿌리깊은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배경에서 '개인' 보다는 '집단(가족)'을 중시하는 습속은 개인의 정체성을 깨달을 때까지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남성 위주의 문화 속에서 사느라 더 오래 걸렸다. 집단에서 개인을 분리할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의견이나 생각을 펼치기에는 많은 제약들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니체가 말하는) 이제라도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에 있음에 감사한다. 

 

  서양이 4원소에 만족할 때 동양은 왜  '나무'를 추가하였을까? 나무라는 '木'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의 흐름인 봄, 여름, 가을, 겨울/ 아침, 낮, 밤, 새벽 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한다.  나무를 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봄에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여름에 열매를 맺고 키우며 가을에 열매를 떨구고 겨울에는 인내하며 봄을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이 큰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목축을 주로 하는 문화가 있었다 할지라도 서양도 밀, 옥수수, 감자 등의 곡식들을 키웠는데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는 큰 의미를 주지 않았을 수 있다.  그에 비해 동양은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인생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찾았고,  그것이 바로 '정체성', 자신의 존재의 의미에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또한 존재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변화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음을 아는 까닭일 수도 있다.  그 유명한 반야심경의 구절 '공즉시색 색즉시공'이 말해 준다. 아직도 어려운 말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읽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을 쓰기 위해서 '나'는 그간 수많은 책들을 읽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은 까닭은 그 '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읽은 많은 책들이 이 소설집에는 숨어 있다. 일인칭, '나', 내 눈으로 바라본 세계, 이제 안녕이다. ', '그가 결국 깨닫게 된 것은, 아무리 해도, 그러니까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총동원해도' 문장으로 남길 수 없는 일들이 삶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 이런 부분이 있다. 김연수 작가가 찾으려는 것도 '나'이고, 내가 만나려고 하는 것도 '나'이다.  미국의 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미래를 들여다보면 너무 밝아서 눈이 아리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오프라 윈프리 자신만이 알 것이다.  '나'의 역사는 의도적일 때보다 '우연한' 선택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발견하였다는 사실을 김연수도 오프라 윈프리도 아는 모양이다.  자연도 만남도 필연일 때보다 우연일 때가 더 아름다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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