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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17. 본문

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2-2023년 글쓰기-물, 흙, 불, 바람

2023. 6. 17.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18. 00:07

 사진은 인생과 닮아있다.  단 한번의 시간에 단 한 장의 사진만 허락한다.  더구나 아름다운 시간은 더욱 짧고 우연한 기회에 찰나의 시간만 허락할 때도 있다. 그걸 발견하면 제 몫이지만 발견하지 못하면 알지 못하고 지나간다. 그래서 그 시간을 발견하고, 말하고, 감격하고,  나누는 의식과 절차가 필요하다.  겪을 것은 겪어야 지나가는 게 인생이니까.  아름다움과 기쁨과 즐거움도 슬픔과 괴로움, 아픔과 두려움에 못지않게 즐기고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나누고 더 많이 침잠(沈潛)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토요일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서쪽 하늘에 생긴 붉은 노을을 발견했다.  해는 이미 진지 오래고 오후 8시 무렵이라 예측하지 못한 광경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곁에 섰던 아들이 "매직아워는 아주 짧은 시간만 생긴대요." 라고 말한다.  몇 발자국 옮겼을 뿐인데 진하기가 훨씬 더했고,  어두운 사위(四圍)로 인해 노을은 한층 더 붉게 보인다.  다행히 주변에 가로등이 많지 않아 노을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매직아워'는 지나갔다.  하늘에 비친 해의 그림자는 이제 사라졌다.  내가 보았던 그 장면은 이제 나의 사진으로만 남았다.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내며 순간을 함께 나눈다.  같은 시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축복임을 요즘 들어 비로소 안다.

 

 

*매직아워(magic hour): 촬영에 필요한 일광이 충분하면서도 인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명 혹은 황혼 시간대. 일광이 남아 있어 적정 노출을 낼 수 있으면서도 자동차나 가로등, 건물 불빛이 뚜렷하다. 하늘은 청색이고 그림자는 길어지며 일광은 노란빛을 발산한다. 매우 따뜻하며 낭만적인 느낌을 만들 수 있으나 그 시간은 아주 짧다. (영화사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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