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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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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5.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5. 22:40

  여름 코스모스라 탓하지 마라

 

   학교에 텃밭이 세 군데나 있다 보니 매년 텃밭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텃밭에 꽃을 심기로 한다.  가을에 꽃을 보자고 4월에 씨를 뿌렸는데 5월 말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이제 꽃이 한창이다.  가을의 길어진 햇빛에서만 코스모스를 보다가 여름 문턱에서 코스모스를 보니 사진의 빛이 신선하고 코스모스도 싱그러운 빛을 드러낸다.  주변의 반짝이는 나뭇잎들과도 잘 어울려 보기에 좋다. 새롭게 보인다. 바라볼 때마다 절로 기분이 좋아지려한다.

  우리나라는 '패스트팔로워'전략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고들 한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일 뿐. 이미 수출은 줄고 성장이 정체되고 있어서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경제는 그리 좋지 않을 거라고 한다. 심하게는 지금 5.60대가 역대 최고로 잘 사는 시절을 누렸고 앞으로의 자녀들은 부모보다 못한 생활을 하는 세대가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건 순전히 교육의 탓이다.  경쟁 일변도의 교육은 여유도 없이 수학 공식 외우고, 영어 단어 외우는 식으로 아이들을 몰아가고 있으니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할 '실패의 경험'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창의력으로 아빠찬스의 장벽을 넘게 놔주지는 않으니 좌절하는 사람이 많다.

 

   텃밭마다 코스코스를 심었는데 같은 날 심었어도 밭이 다르고 햇빛의 양이 달라서 인지 자라는 속도가 서로 다르다. 이미 꽃밭을 이룬 곳이 있는가 하면 이제 새싹에서 벗어나 10cm정도의 키로 자라는 곳도 있다. 더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은 가을에 꽃이 피지 않고 봄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거다.  세상 일이 예상하는 대로만 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빨간 머리 앤>에서 앤이 하는 말이다. 

 해마다 쌀이 남아돌아 수매량을 실랑이 하는 농민과 정부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논에 벼농사만 말고 꽃들을 심으면 어떨까 하고.  요즘 밭에 가득 작약을 심어 진분홍, 연분홍, 흰색, 보라, 연보라, 노랑, 연노랑이 어우러지는 꽃을 볼 수 있다.  중국산 작약에 비해 가격 경쟁이 되지 않을 만큼 비싸다고 한다. 그럴지라도 초록초록한 밭의 감자, 고추, 고구마를 보는 것도 좋지만 밭 하나 가득 핀 꽃을 보는 일도 즐겁고 반갑다. 창의력은  여유에서 생긴다.  유럽의 집들이 발코니에 꽃을 심는 이유는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꽃을 보고 즐기라는 배려심에서라고 한다.  서양의 문화가 우리보다 더 좋다는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꽃을 심고 가꾸는 여유가 우리나라가 새로운 도약을 하는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거다.  공부해서 잘 먹고 잘 살자는 자본주의의 위력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 꽃을 심고 가꾸는 여유와 아름다움과 도전을 즐기는 한가함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일 힘을 얻을 것이다.  여름 코스모스든 가을 코스모스든 우리가 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거움과 기쁨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거기다 가을의 분위기와 여름의 분위기를 비교해 보고 다른 점을 발견한다면 그건 재미를 더하는 일이다. 가을 코스모스가 여름에 피었다고 탓하지 말자. 거기다 날씨 탓까지 보태는 일도 금물! 그저 꽃으로 즐기자.  그리고 사람들에게 여유를 주자. 그런데 여유는 제 스스로 만드는 거다. 잠시 길에서 비껴서면 여유가 보인다. 저 여름 코스모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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