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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성냥팔이 소년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14. 23:11

  성냥팔이 소녀의 심정을 빌려 세상을 밝히고자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 동화는 옛날 옛적에 있었던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도  엇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성냥을 그 불을 밝히는 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가 보다.  저자 심규진은 직장인, 박사 학위 전공자이면서 칼럼 쓰는 사람,  작가의 꿈을 꾸는 사람이다.  책이 145페이지까지 있고, 일반 책의 3/4 정도의 크기이니 마치 문고판처럼 가방에 넣고 읽기에 편하며,  어느 쪽을 펼쳐도 새로운 내용이라 부담이 없이 읽힌다.  

  작가는 자신의 글 하나하나를 성냥이라고 생각했으며 모두 팔아야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처지이지만 성냥을 파는 동안에는 세상 사람들이 차별 없이 행복을 누리는 환상을 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3개 혹은 5개~ 8개의 문단으로 쓴 칼럼이며 1부는 평소 당연시 여기던 문제를 뒤집어 보는 문제 제기와 자신의 다짐을 2부는 다짐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열정을 불태우는 내용으로 3부는 세상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주장하는 글만을 모았다고 밝힌다. 

 

   <무언의 방황자들>(28p)에서 저자는 명절에 모인 미혼 남자 청년 유형을 세 분류로 나누었다. 먼저 '배부른 취업 성공형'으로 자신이 취업한 직장에서의 애로사항(직장 상사, 동료관계, 일 등)을 말하며 위로를 호소하면서 건배를 외치는 유형, 둘째 '노력하는 모태솔로형'으로 헌팅, 소개팅, 어플팅을 하면서도 혼자일 수밖에 없는 심정을 토로하는 유형, 세 번째는 '무언의 경청형'으로 미취업, 결혼 불능,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형편 등 말 못 할 처지인 유형으로 구분한다.  정확하게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다.  오죽하면 말을 못 하고 듣고만 있겠는가?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는 게 저자의 핵심 내용이다. 

 

 저자는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80여 권의 책을 발행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다작으로 유명한 교수의 말을 저자가 인용한다. '지루한 반복이 위대한 반전을 일으킨다. ' , '글쓰기는 애쓰기다.', '심각하면 아이디어가 없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심각하지 않다.'는 유영만 교수의 말을 인용했는데 말의 리듬감을 살리면서도 말의 느낌을 부각하는 기법을 활용한 말속에 뼈가 있다. 

  <성냥팔이 소년(2017)>은 저자의 두 번째 책으로 이전 책은 <어른동화>다.  젊은 청년의 경험과 실패,  녹록지 않은 현실,  사회 참여를 통해 민주사회를 꿈꾸는 건강한 청년 의식, 열정의 결과물들을 정직하게 내놓고 있다. 저자는 성냥 한 개비가 하나의 글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성냥팔이 소년이지만 성냥 하나, 하나가 세상을 따뜻하고 밝고 환하게 비출 수 있음을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이다.  글쓰기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칼럼, 수필,  소설에 도전하는 저자의 변신이 기대된다.  글쓰기 기법을 익혀 충실하게 공식을 적용한 글이라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문단마다 두괄식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글쓰기를 생각하여 주제를 먼저 세우고 이유를 덧붙이는 기법을 이용한다.  그래서 주제를 분명하게 밝힌 글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 라면이 청년의 가난한 삶을 대변해 주는 음식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라면은 가정마다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지만 따뜻함은 없고 그저 배만 잠시 채우는 음식으로 인식된다.  세상을 향해 독립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는 세상을 꿈꾸면 너무 이상적이라 하려나?  심규진 작가의 승승장구를 응원한다. 

성냥팔이소년<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