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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12. 23:00

    전형적인 자기 계발서에 삶의 이야기를 더하다

 

 '내가 해 보니 이렇더라.'라고 말하는 무수한 성공 신화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서전 비슷한 책을 펴낸다. 아니 주변에서 책을 내라고 주문이 쇄도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대필을 해 주는 사람도 있다.  스스로를 대필 작가로 소개하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그런 책들이 모여 있는 코너가 '자기 계발서 코너'다.  읽고 나면 결국 자기 자랑일 때가 많아서 남는 한 줄이라도 찾으려고 애쓰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는 책방 대표, 전에는 카피라이터로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광고회사 제일기획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29년간 일하던 회사를 스스로 걸어 나와 강남 한복판에 <최인아책방>을 연 사람,  '여성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다.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등의 유튜브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했기에 그의 강연도 들어 보았다.  '조곤조곤' 말을 끊이지 않고 잘하면서도 자기 할 말과 핵심 내용을 물 흐르듯이 이끌어가면서 부드럽게 전달하는 말재주를 지녔다.  

 

 글도 말하는 것처럼 써서 가독성이 높다.  전직 '광고쟁이'답게 제목에서 부터 책의 차례까지 화려한 언어 구사력을 맘껏 발휘하였다.  책 제목 앞에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를 붙여 쓰고 싶었다며 '당신이 가진 걸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고 도발적인 제시를 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뭐라도'하라고 부추겨 세운다.  광고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기 위해 최대한으로 어필하는 작업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대상도 모두 팔기 위한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갖게 된다.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보이지 않게 숨겨서 보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니 심리적으로도 상대를 간파해야 하는 통찰력은  기본적인 요소다.  '내 이름 석 자가 브랜드', '태도가 경쟁력이다', '일은 성장의 기회다' 등의 목차는 그야말로 광고 문구를 보는 듯하다.  크게 두 장으로 나눠서 1장은 29년간 한 직장에서 일한 선배로서 초심을 잃고 적당히 일하는 5년 차 후배에게 말하는 심정으로 쓴 글이라면 2장은 개인으로서의 삶의 통찰,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일을 기록한 글이다. 

  '태도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을 쉽게 인용하여 설명한 대목은 저자의 단어를 다루는 능력을 최고로 보여준다. '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꽃을 피우진 않는다.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물을 주고, 바람과 햇볕을 쬐어주며, 때로는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태도다.'(140p) '꼰대는 성장하지 않는 사람이다. 어른은 일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다. 애쓴 건 쌓인다. '이런 통찰을 통해 찾은 저자만의 생각은 책 속 곳곳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조용한 퇴사'가 유행이라는데 회사에서 적당히 일하되 승진도 하지 않으면서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전략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회사 일을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자기 일이다. 일의 주인이 되라고. 애쓴 건 쌓여서 자산이 된다고. (256p) 

  책의 제목처럼 '안테나를 바깥으로만 뻗지 말고 내 안으로도 향하게 해사 내가 가진 걸 알아야 한다는 것. 무조건 세상에 맞출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걸 그들이 원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 오히려 그래야 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132p)을 역설하는 저자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업계에서 근무했기에 용어 자체가 광고 용어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도 브랜드이고, 세상에 내놓아 팔려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잘 팔리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을 내놓는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지만 '세상을 참 재미없게 일만 하면서 사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저자도 그걸 알고 있지만 결국 저자가 쓴 글은 일 잘하는 방법과 일 잘하는 사람으로 산 이야기다. "나는 나를 위해 일하고 결과로써 기여하겠다. 당신들은 나를 알아주지 않는군. 하지만 좋아. 언젠가는 나를 인정하게 해 주지!"(76p)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일 속에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 현재 책방을 운영하는 제2의 인생을 성공했다고 말한다.  결국은 이 책도 '내가 성공했을 때는~'이라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언어는 화려하고,  문구는 적확하고,  구어체로 쓴 글은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럴지라도 이 책은 자기 계발서 중의 하나다.  유명세를 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이다.  뾰족하게 주제를 세운 책이 아니니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유리천장을 경험하는 여성들에게 권한다.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는 문장의 힘을 이 책에서 배우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