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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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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6.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5. 26. 22:55

 

내가 만일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신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 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라.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것이 가장 훌륭한 질문이니 하늘에 묻고 세상에 묻고 가슴에 묻고 길을 찾으면 억지로 일하지 않을 자유를 평생 얻게 되나니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다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 구본형의 글 중에서-

   오래 전 수렵과 채집 생활에 익숙한 때부터 20세기까지의 삶과 새로운 문명을 만든 21세기의 삶이 다를 것 같은데 결국 환경이 바뀌어도 삶의 주인은 나라는 세계다. 내 안에 있는 오래된 유전자가 나를 이끈다.  얼마전 호텔에서 잠을 자려니 불을 꺼도 벽에 설치된 실내 온도 표시기가 밝아 잠을 잘 수 없었다. 무엇으로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어 욕실에 가니 치약이 있었다. 치약을 짜서 여러겹 겹친 포스트잇에 바른 후 덮어보니 어지간한 빛은 가려졌다. 오호~~치약의 재발견! 다음날 아침에 마른 치약을 닦아내느라 시간은 걸렸지만 잠은 방해받지 않고 잘 잤다. 지금 생각해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치약이 접착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낸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내 안에서 발견될 줄이야. 숨겨진 나를 발견하고 환호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  나는 요즘 신이 감추어둔 나를 찾는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어딘가 분명 내가 모른던 내가 내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아직 한 번도 대면하지 못한 나를 만나려 애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