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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칼 본문
나에게는 오래된 칼이 있다.
15년 전에 이사 올 때 가지고 온 칼인가 보다. 이삿짐 업체가 정리해 준대로 살았는데 부엌 서랍에서 발견했다. 불현듯 지난해 여름에 나의 눈에 띄어 상자 밖으로 나왔다. 그 칼은 무쇠칼이다. 대장간에서 철을 불에 달구어 담금질을 하고 두드려 만든 칼이다. 무식해 보이고, 억세 보인다. 또 무섭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보면 식칼을 무기로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럴 때 스테인리스 칼보다 대장간 칼이 더 무서워 보이기 때문인가 싶다. 바로 그 무쇠칼이다.
왜 그 칼이 내게 있는가 하면 기억나지는 않아도 아마 어머니가 남원 광한루 관광을 가셨다가 사온 칼이 아닌가 한다. 나는 그런 칼을 구입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딸들을 위해 바가지며 스테인리스 함지박을 사 두었다가 나눠주는 어머니의 습관을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정확한 경로는 알 길이 없다. 부엌 서랍에 있으니 내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스테인리스 칼은 자주 무뎌진다. 사과 한 알을 깎을 때도 사과 껍질을 탁!하고 친 다음에 슥슥 돌려 깎아서 길게 껍질을 늘어뜨리는 게 제맛인데 무딘 칼로는 그게 잘 안된다. 그럴 때는 칼 가는 도구에 밀어 넣고 몇 번 밀어서 쓰곤 했다. 그런데 칼이 무뎌지니 칼을 갈아도 몇 번 쓰면 마찬가지로 무뎌지곤 한다.
그래서 한 5년 전쯤에 손잡이가 달린 숫돌을 샀다. 숫돌은 칼이나 낫을 갈 때 쓰는 매끈한 돌이다. 약간의 물을 묻힌 후에 양손으로 칼을 잡고 쓱쓱 문질러서 칼을 갈면 칼날이 서 있어서 베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무를 잘라도 그 잘리는 느낌이 다르다. 스~윽 하고 신문지를 잘랐을 때 걸리지 않고 잘리면 시원한 쾌감이 있다.
숫돌을 꺼내고 어머니가 조선칼이라고 하는 대장간 칼을 꺼내 쓱쓱 문지른다. 손잡이가 있는 숫돌이라 한 손으로 숫돌을 잡고 한 손으로 칼을 잡고 문지르니 힘이 덜 들어가기는 하지만 칼갈이 도구보다는 낫다. 여러 번 문질려 칼에 밴 녹을 벗기고 물로 씻어냈다.
그런 다음 TV에서 본 장면을 떠올린다. 시장 대장간에서 일하는 분이 칼을 길들이던 모습을 흉내내기로 한다. 들기름을 헝겊에 묻혀서 칼에 골고루 바른다. 그런 다음 가스불에 칼을 올리고 양쪽으로 그을린다. 들기름 타는 냄새가 고소하게 나면서 녹이 타서 칼은 검게 변한다. 그렇게 들기름 바르기와 가스불에 그을리기를 아홉 번 반복하면 칼을 길들일 수 있다고 했다. 아홉 번을 그을려 보니 칼은 까맣다. 처음과는 너무나 다른 모양새다.
스테인리스 칼은 상자 속에 넣고 무쇠칼을 사용하기로 한다. 무쇠칼은 묵직해서 얼린 고기를 썰 때도 효과적이다. 음식물을 내리누르면서 잘리는 맛이 있다. 작년 여름 이후 무쇠칼은 나의 부엌에서 자주 쓰이는 도구가 되었다.
한 가지는 주의해야 한다. 무쇠칼은 사용한 후에 잘 말려서 보관해야 한다. 물이 닿는 곳에 오래 두면 빨간 녹이 생긴다. 그러면 숫돌에 슥슥 갈아서 길들일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칼에 들기름을 바르고 가스불에 그을려서 칼을 길들인다. 그러면 칼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서양의 물건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조상들이 쓰던 물건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다행히 어머니가 관광 가서 사 오신 칼이지만 무쇠칼이 있어 예전의 생활방식과 오늘날의 나의 생활을 이어주고 있다. 숫돌과 무쇠칼은 내가 잘 다룬다면 평생을 써도 남을 것이다. 요즘 나는 요리할 때마다 무쇠칼을 집어들 때, 그리고 쓱쓱 썰어지는 힘과 그 손맛이 좋아서 요리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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