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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1. 5. 23:08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의 중요함을 실감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직장-집만 오고 가면서 지낸 시간이 2년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멀어진 거리가 회복이 되려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아예 회귀하지 못할 지점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직장 전직원의 회식, 1박2일 이상의 직원 여행은 문화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예상된다.

 11월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사적 모임은 10명까지 가능하고, 백신패스가 있으면 유흥시설, 체육공간의 이용도 가능해 진다고 한다. 조만간 사람들과의 모임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코로나는 모임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고 싶은 모임이면 참석하지만 가기 싫은 모임이면 '아직 코로나 때문에 모임 참석은 무리가 아닐까?'라고 말하면서 참석을 거부하는 구실로 활용된다는 말이다.

 

 요즘 가을의 단풍을 도심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도시에 공원이 부족한 결과 카페가 많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가 클수록 큰 길을 건너야 공원으로 갈 수 있거나 차를 타고 가야 공원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공원에 가 닿을 수가 없다.  점점 사람들이 자연에서 멀어지게 된다. 다만 우리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공원의 나무를 보고, 계절을 읽을 뿐이다.  자연이 있어야 사람이 쉽게 만나고 마음을 열 수 있는데 그저 아파트 울타리 안에서 끝나는 길이 아쉽다.  아파트 안에서 난 길이 아파트를 넘어 공원으로 이어지면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우연의 경험이 많아질텐데 말이다.

그러니 우리 주변에 그렇게도 많은 카페가 생기나 보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밖에 내놓은 탁자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카페는 이전 세대의 사랑방, 마당에 내 놓았던 평상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이 마치 눈이 내리듯이 내렸다. 바닥에 쌓인 나뭇잎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무는 이제 또 하나의 나이테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올해의 나이테는 어떤 모양일까? 작년에 비해 장마기간은 길지 않았고, 여름의 날씨는 뜨거웠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날씨가 고르고 비가 자주 내려서 그런지 단풍이 곱다. 봄부터 가을까지 나무가 겪은 시간이 고스란히 나이테에 새겨질 것이다.  봄부터 나뭇잎에 쌓은 역사는 이제 떨어져 흙으로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사람의 나이테는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나도 만날 사람의 폭이 좀 더 넓어질 것이다.  또 이동 거리도 늘어날 것이다.  아직 올해 나의 나이테는 계속 진행되는 중이다.  내일은 수원의 여우길을 함께 걸을 인생 친구를 만나서 한 획을 그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