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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과의 기싸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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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과의 기싸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1. 3. 23:00

 

   화요일 밤에 당진 1950카페를 검색한다. 향남IC-평택화성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송악ICDML 경로를 확인하고 52km, 47분 소요 예상이다.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오늘 아침이 되어 9시에 출발하면서 차에서 네비게이션을 켜니 65km가 나온다. 거기에 오산IC 톨게이트 쪽으로 안내한다. 수요일 아침 9시인데 틀림없이 네비게이션의 오류라고 생각한데서 네비게이션과의 신경전이 이어진다. 오산IC쪽이 아닌 전날 밤에 검색한 향남IC를 향해 차를 돌린다. 네비게이션은 추천 경로를 무시한 운전자에게 유턴을 요구하고 도착시간과 거리는 67km까지 늘어난다. 계속 네비게이션의 지시를 무시하고 향남IC쪽 삼거리에 이르자 이번에는 오른쪽 좁은 길로 안내한다. ‘, 이건 향남IC앞에 막혀있거나 어떤 문제가 있나보다.’ 거기서 더 이상 향남 IC를 고집하지 못하고 무너진다.

 

   이제부터 네비게이션을 의지해서 왕복 2차선의 길을 더듬더듬 갈 수밖에 없다. 지도를 보니 정남면을 지나 향남읍의 발안IC쪽으로 안내하고 있다. 당진은 남쪽인데 차는 계속 북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수원쪽으로 향해 가고 있으니 자꾸만 지도를 들여다 본다. 드디어는 멈춰서서 도착지점과 고속도로 우선을 체크했는 지를 확인한다. 맞다. 내가 원한 건 고속도로 우선으로 당진 1950카페를 가는 거다.

 

   어젯밤 예상한 47분만에 서해안고속도로인 발안IC까지 간 셈이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차량은 많았어도 박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미세먼지는 심했어도 안개도 없었고, 서해대교를 오랜만에 건넌다. 인천의 영종대교에 비해 다리 가장자리의 보호벽이 높게 느껴져서 안정적이다. 바람도 심하지 않으니 다리를 건너는 동안 차의 흔들림도 없다. 송악IC까지는 25분 정도 걸린 모양이다.

 

   네비게이션의 추천을 무시하고 심하게 어긋나게 출발했으나 도중에 네비게이션과 타협했으며, 도중에 네비게이션을 의심했다. 그러나 별수없이 네비게이션을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서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가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네비게이션을 이기겠다고 아침부터 힘을 쓰느라 20분은 더 소요한 것 같다. 이제 네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다녀야 할까? 왜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 네비게이션이 추천하는 도로가 달라졌는지는 도로 사정에 따라 달라졌을 것이다. 어제의 지식을 가지고 오늘의 상황을 이기려니 힘과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다. 다만 나의 노력은 남았다..... 목적지에도 정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날씨도 좋았다. 만족한다.

 

   미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네비게이션을 추천하는 대로 서해안고속도로-평택제천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돌아왔다. 물론 네비게이션하고 기싸움도 하지 않았다. 평화로웠다. 오늘은 나의 패배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