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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 <모가디슈>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8. 26. 14:21

 

25일은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다. 

영화 관람을 위한 좋은 기회다. 8월부터는 6,000원으로 관람표가 인상되었다.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수도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외교관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이다.

 

영화에서 보면 외교관은 대사, 참사관, 서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사(김윤석/허준호분)는 28년 경력에 아프리카에 가서 UN가입을 위해 우리나라를 옹호해 줄 것을 호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사 (ambassador)는특명전권대사의 준말이며, 외교관 중 가장 높은 직급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의 정상을 외교적 목적으로 만나거나 국제기관에 파견되는 직책을 맡는다. 특명전권대사란 말처럼 조약문 채택에 '동의'할 수 있다. 대사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접수국의 명시적 동의(아그레망)가 필요하다. 세계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사고치지 않는 이상은 외무고시 출신 외교관이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국에 파견되는 대사들은 외부영입 사례도 적지 않다. 한편, 장군과 제독을 부하로 둘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위이기도 하다. 한 번 대사가 되면 평생 명함에 ambassador라고 붙이며 평생 대사 호칭을 받는다. 준차관/차관보/실장(deputy minister) 역시 자동적으로 대사 호칭을 받는다. 실장이 되려면 외무고시 합격 후 30년 정도 걸린다.

 

 참사관(조인성분)은 외교부 국장~과장이 해외근무 시 부여받는 직급. 대개 언론에서 고위외교관이라고 지칭하면 참사관급 이상이다. 대개 15~20년차에 외교부 과장 (director), 작은 규모의 재외공관 참사관, 큰 공관의 1등 서기관을 맡는다. 대부분의 공관은 작으므로 참사관 급에서 서열상 부공관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서기관(정만식분)은 외교과선발시험을 거쳐 6년간 본부 근무 및 해외연수를 거치고 첫 재외공관에 발령되면 2등 서기관으로 3년 정도 해외 공관에서 근무한다. 일부 능력 있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10년 정도 지나야 협상다운 협상을 할 수 있다. 운영지원, 사건사고 등등 다양하고 공관의 규모나 능력에 따라서는 경제, 정무, 문화업무 등도 일부 맡게 된다.

 

 둘째, 인물의 캐릭터와 그들의 리더십을 살펴본다.

 

한신성대사(김윤석)는 외교관 28년만에 승진을 위해 아프리카 소말리아에 갔다. 고3 아이는 서울에 남기고 부인과 함께 소말리아로 갔으나 아프리카인들을 설득하여 UN가입에 도움을 받기란 쉽지 않다. 그는 전형적인 60년대생이다. 국가와  직장을 위해 충성하는 인물이다. 참사관과 서기관이 서로 으르렁대지만 이들을 아우르면서 어떻게든 UN가입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내전이 생기고, 치안이 어려워지자 부인을 서울로 먼저 보내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자 주저앉게 된다. 북한 대사관 식구들이 남한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러 왔을 때 아이와 여자들을 보고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소말리아 저항군의 공격에 목숨을 잃게 될 순간에 그들을 위해 기꺼이 문을 연다.  대사라고 특별히 대접받기를 원하지도 않으며,  조건을 걸고 사람을 대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남한 대사관 먼저 구조기에 탈 수 있다고 한 제안을 접고, 북한 사람들과 함께 탈 수 있도록 하얀 거짓말(북한 사람들이 전향을 했으니 남한 사람이다)로 그들의 목숨을 구한다.

 

 강대진참사관(조인성분)은 안기부 출신으로 운동능력이 뛰어나다.  남달리 출세가 빠른 인물로 다혈질이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영리하게 샹황을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  북한 대사관이 소말리아에 무기를 판다는 거짓 정보를 기자에게 알려 기사화하게 하여 북한의 신뢰를 떨어뜨려 북한과 경쟁하고 있는 UN가입에서 상대의 수를 어렵게 만든다. 또, 대사관을 저항군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자 정부군을 찾아가 되지 않는 영어보다 다소 뻔뻔하기도 한 당당함으로 정부군을 지원받는 데 성공한다.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남한 대사관에 온 날 자신의 승진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식사 도중에 그 장면을 남몰래 사진을 찍어 두고, 북한 사람들의 여권으로 가짜 전향서를 만드는 등 다소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에 처하자 미처 피신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안고 내달리는 순수함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구조기가 케냐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남한과 북한측의 환영단이 있는 것을 보고 상황 판단을 재빨리 하고는 "여기서 작별인사를 하고 밖에 나가면 아는 체 하지 맙시다."라고 제안한다. 그 판단은 단 몇 초안에 이루어졌고, 그의 말에 따른 직원과 가족들은 환영나온 각국의 환영객들에게 오해를 받지 않고 무사히 떠나게 된다.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분)는 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당뇨를 앓고 있는데 약품까지도 저항군들에게 빼앗기고 중국대사관으로 피신하고자 하지만 이미 중국대사관이 점령된 것을 보고 평소 원수처럼 지내던 남한 대사관 도움을 요청한다.  "갈 곳이 없소"라는 대사의 말은 자존심보다 직원과 가족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리더로서의 명확한 상황 판단력을 보여준다.  외교관이지만 참사관의 도움으로 대화를 나누는 등 외국어 구사 능력도 뒤떨어지고,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등 신체적으로는 늙고 힘이 없어 눈앞에서 직원이 폭행을 당하는데도 나설 수 없는 처지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직원과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젊은 참사관의 열정이 헛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지휘하는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요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탈레반이 정부를 장악한 일이 벌어지고,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일과 같은 일이 생겨서 그런지 이 영화가 시기적절하게 개봉한 것으로 보인다. 부패한 정부의 모습때문으로 비쳐졌지만 사실 이런 내전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지도를 보면 국경선이 자로 그은 듯 직선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나라처럼 강, 산, 다리 등을 기준으로 국경이 나뉘는 것이 아니고, 강대국이 모여서 지도위에 실제로 자로 선을 그어서 영토를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지도에 나타난 국경선이 직선인 까닭과 끊임없는 분쟁과의 관계

 

 1876년 벨기에가 벨기에령콩고를 건설한 이후 프랑스는 세네갈, 영국은 이집트를 점령했고, 이후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은 아프리카 대륙 각지에서 영토 분쟁을 시작했다.

 

이렇게 서구 열강들의 분쟁이 지속되자 당시 유럽 평화의 중심축이었던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884년 ‘베를린 회의’에는 15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을 비롯한 유럽의 13개국, 그리고 미국과 오스만튀르크였다)이 참가해 아프리카 지배에 관한 쟁점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는 ‘베를린 의정서’로 정리되었다.

 

의정서에 따르면 ‘콩고자유국’에 대한 벨기에의 지배를 인정하되 콩고에 면한 적도아프리카 지역에는 프랑스의 권리가 인정되었고, 콩고 강 하구에서는 포르투갈의 지배권이 인정되었다. 또한 서남아프리카에서는 니제르 강을 기준으로 상류 일대는 프랑스, 하류 일대는 영국이 지배권을 가졌으며, 북위 5도 이남의 중앙아프리카 일대에서 조약 체결국들의 자유무역이 인정되었다. --- <조약의 세계사> p.91

[출처]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왜 직선일까? - 베를린 의정서|작성자 미래의창

 

소말리아는 이탈리아 영토였으며 해마모양 또는 숫자 7의 모양을 닮았다.

 원주민의 문화와 종교, 인종과 같은 실재감과는 거리가 먼 직선의 국경선은 부족간의 분쟁을 만들고, 끊임없는 내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말리아는 이탈리아령이었으며 해마모양 또는 숫자 7을 닮은 모양이다.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이 너무나 닮았다.  강대국에 의해 차례로 점령당하고 이슬람 무장 집단에 의해 지배되며 환경은  열악하고, 특히 여성들은 비참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소설 '천개의 태양'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은 혼자 바깥 출입을 할 수 없는 법이 존재하는 나라다.  갓난 아기일지라도 남자와 함께 하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소말리아에서는 부모와 형제가 허락하면 소녀의 강제 결혼이 가능하다는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중이라고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의상황이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오늘 도착한 378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의 한국 생활이 편안하기를 바란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은  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다. 문화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은 돈으로도 영화 감상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다음달 영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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