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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윤희에게> 본문
뭐든 더 이상 참을수 없어질 때가 있다.
8월 초순, 더운 여름날 토요일 오후에 영화를 본다.
영화보기는
삶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엿보기 위한 마음에서,
일상의 관계 속에 지칠 때 마음을 다른 창으로 열고 싶을 때,
한 박자 쉬어 가고 싶을 때
좋은 시간이 된다.
<윤희에게>는 이혼한 윤희가 딸 새봄과 살고 있는데 어느 날 편지가 온다. 그 편지는 일본에서 왔으며 보낸 이는 쥰이다. 같은 나이 또래로 쥰은 고모와 함께 지낸다. 윤희의 이혼사유는 "네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해."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서 알 수 있다. 윤희의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딸 새봄이가 주도한 일본행 여행, 윤희도 딸이 자신에게 온 편지를 알고 있었음을 알고 있지만 쥰을 만나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다. 새봄의 주선으로 둘은 잠시 만나서 서로를 안아본다. 같은 성을 사랑한다는 말에 가족들은 서둘러 윤희를 결혼시켰고, 쥰은 일본으로 떠나게 되어 서로 20년간 못 만났지만 이제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쓰게 된다.
처음에는 쥰이 윤희의 이복동생 쯤 되지 않을까 하는 짐작으로 영화를 봤지만 그것이 성 소수자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너무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개연성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영화에서 눈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허전했을까?
윤희의 딸 새봄이는 경수와 사귀는 모습으로 엄마와 쥰의 관계와 대조적으로 비친다.
그러나 새봄이는 엄마의 친구에 대한 관계를 인정하고, 두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함으로써 새로운 세대는 이전의 세대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잔잔한 영화다. 아이스크림처럼 스르르 녹아드는 영화라서 어느 틈엔가 스며든다.
어느 날 토요일 오후가 비어있는 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다. 다만 이 영화가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라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본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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