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영화평:리스본행 야간열차(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본문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리스본행 야간열차(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4. 2. 16:15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책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100권밖에 출판되지 않은 아주 작은 책에 이끌려 스위스 베른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간 고등학교 언어학 교사인 그레고리우스의 여행기인 셈이다.

 

대체 스위스 베른과 포르투갈의 리스본은 어디인지 찾아본다.  1914km로 기차로 가도 1일 11시간이 걸린다. 구글지도에 의하면 그렇다.  이 거리를 무작정 기차표 한장과 코트, 그리고 코트속의 책 한권을 들고 주인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여행을 암시하는 내용이 처음 그의 수업에서 나온다. 

"로마인들은 우연을 믿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생각과 행동은 같은 ~~" 그의 생각과 다른 말일 것이다.  그는 코트속에서 나온 책  <언어의 연금술사>UM OUR LIVES DAS PALAVRAS  를 읽고 자신의 생각과 같음에 놀라 책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일상이 지루한 그레고리우스는 망설이다가 기차에 올라탄다. 1914km의 여정이 시작된다. 

 

리스본은  '일곱개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트램과 맛있는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리스본!

<언어의 연금술사>UM OUR LIVES DAS PALAVRAS에 나오는 말들은 이렇게 영화속에서 주인공에게 말한다.

 

만약 우리는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살아가는 거라면 나머지 삶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항상 극적인 순간만이 인생에 변화를 주는 건 아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도 있다. 삶에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그렇게 소리 없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유는 깃털처럼 가볍고 불확실성은 납처럼 무겁다.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그렇게 우리는 떠나면서도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아를 찾는 여행을 통해 우리는 고독을 마주해야 한다.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그렇게 우리는 떠나면서도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 보아야 비로소 나를 위한 여정을 할 수 있다. 그 아무리 짧은 여정이래도 상관없다.

 

 

그레고리우스가 책을 통해 만난 사람은 안경이 깨져 방문한 병원에서 만난 마리아나로 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삼촌 루앙은 아마데우와 함께 독재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인물,  비밀경찰에 의해 손을 못 쓰게 되었어도 친구들을 지킨 루앙으로 인해 혁명은 승리하고, 엉킨 실마리도 풀린다.  함께 혁명을 위한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아마데우, 스테파니아, 조지, 루앙은 각자 상처를 안고, 또 그 상처를 묻고, 살아가지만 그레고리우스의 방문으로 궁금했던 그들의 진실이 밝혀지고, 서로를 이해한다.

 

스위스 베른에서 비오는 날 다리 난간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던 이유가 자신이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리스본의 살인자' 비밀경찰 맨데스라는 사실 책에서 읽고 괴로워했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시 리스본에서 베른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른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5분전

그레고리우스와 리스본에서 만난 안과의사 마리아나와의 대화

 

내가 지루하지 않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그들은 정말 불같은 인생을 살았어요.

너무 강렬해서 모두 망가진 걸요.

하지만 그들은 살았잖아요. 내 삶은 어딨을까요? 지난 며칠은 정말 굉장했는데!

그런데 다시 돌아가려고 하시네요. 그냥 이 곳에 머물러요.(why don’t you just stay.)

 

영화 런치박스(LUNCH BOX)는 인도 영화로 "때로 잘못탄 기차는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아직 떠나지 못한, 떠나고 싶은 두 사람의 시작하지 못한 여행을 그린 영화라면

이 영화는 그 대사 "때로 잘못탄 기차가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는 말을 주인공이 실현해 준 영화다.  "그냥 이 곳에 머물러요."라는 마리아나의 말을 들은 그레고리우스는 다시 베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함께 리스본에 머무를 것인가?

 

 영화 속에서 찾은 인생에 대한 작가의 말들을 더해본다.

인생이 우연의 연속임을 생각하면 잠시 즐거워진다. 그리고 기대감에 넘치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우연이 우리의 인생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 연민, 매력이 가득한 감독. 우연은 무작위적인 가능성이다.

 

사람의 결정적인 순간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함 속엔 고결함이 있다.

 

'우린 모두 여러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누더기, 헐겁고 느슨하게 연결되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펄럭인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에도,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몽테뉴 수상록 일부)-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발췌

 

'영화로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평<두 교황>  (0) 2021.08.15
영화평<윤희에게>  (0) 2021.08.10
영화평<티벳에서의 7년>  (0) 2021.08.09
영화평: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0) 2021.07.05
영화<크루엘라>를 보다  (0)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