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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과 60년대생의 공존기 (2) 본문

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90년대생과 60년대생의 공존기 (2)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 6. 13:06

새해에는 ~~~<그 어떤 구름도 햇빛 가득한 나의 오늘을 망치지 말라.>

지난 12월 중순경에 딸과 아들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말선물이다.  그 선물은 1월 2일에 실감나게 전해졌다.

"2021년 1월 2일 토요일 점심은 시간을 비워두세요. "

"왜? 무슨 일 이야?"

"그건 비밀이에요. 나중에 말할 게요. "

"그래? 어린왕자처럼 기다리는 건 기분좋은 일이지. 네시에 오기로 했으면 세시부터 기분이 좋다고 했던가? 우리는 열흘이 넘게 남았으니 훨씬 행복한거네. 그럼 기대할게."

 

2021년 1월 1일 떡국과 아이스와인으로 점심을 함께 하면서 기다리던 내일의 일정에 대해 묻는다.

"아직 말할 수 없어요. 내일까지 기다려요. "

단호박이다.

" 이건 말해 줄 수 있어요. 내일 예약이 1시니까 12시 30분까지 준비해 주세요. "

"그래, 알았다. 드디어 내일이구나. 기대할게."

 

드디어 1월 2일이 되었다.

"집에서 가까우니 12시 45분에 출발할게요. "

"응? 아! 그래. "

자동차를 출발할 때도 말할 수 없다고 하더니 운전대를 잡은 남편에게 말한다.

"롯데마트 쪽으로 가 주세요.  롯데마트 앞에 있는 식당이에요. "

도착해 보니 이 도시에 살면서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식당이다. 1번국도에 있어서 늘 다니는 길이어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늘 거기 있었는데도. 

"우리가 예약한 곳은 2층이에요. 1층은 돼지고기, 2층은 소고기래요."

"방으로 예약했어요. "

"예약하셨습니까? 네~ 12호실로 안내하겠습니다. "

 

따뜻하게 햇살도 들어오고, 찻길이 내려다 보여서 오고 가는 차와 사람을 내려다 보는 자리였다.

"근데, 왜 오늘로 잡은거야?"

"2020년도 보내고,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도 연말에 있고, 2021년 시작하는 때니까 좋잖아요. "

"2018년에는 서울로 가니까 엄마 아빠가 멀어서 싫다고 해서 여기로 했어요. 오늘은 우리가 준비했으니까 마음껏 시켜요. "

"근데 왜 여기가 비밀이야?"

"미리 알면 재미 없잖아요. "

"그래. 60년대 생인 우리 같으면 미리 장소도 말해줄텐데. 90년대생은 방식이 다르구나. "

"아! 맞다. 사진으로 남겨야지.  자, 이쪽으로  모여요."

핸드폰 사진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바로 올라온다.

 

  숯불에 굽는 갈비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동안 잘 차려진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잡채,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와 백김치, 국수처럼 길게 썰어서 무친 메밀묵 무침, 처음 맛보지만 간이 알맞아서 맛있게 먹은 오징어식혜 , 큐브 감자 두 개와 콩 다섯알을  얹어서 지은 뜨끈한 돌솥밥과 애호박과 감자로 맛을 낸 1인용 된장찌개는 간이 적당하다. 모든 음식은 정갈하고, 따뜻하고 맛있었고, 식사량도 적당하였다. 그러나 평상시 식사량이 적은 우리 가족들은 평소보다 많이 먹은 탓에 그 날 저녁식사를 포기하였다.  대접받는 음식은 항상 맛있다. 진리다. 특히, 아내, 엄마로 살아온 나는 남이 해 준 밥은 다 맛있다. 해외여행에서도 그랬다. 단,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궁전 입장을 앞두고 먹은 짜디 짠 하몽하몽과 닭닭이 스치고 지나간 듯이 비린내만 나던 스프는 제외다.

  새해에는 어떻게 변화할지 이야기를  넷이서 나눈다.  이제 사회인으로 각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계약이 끝나고, 군생활이 끝나고,  승진 연수를 받고, 승진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말하지 않았지만 실패도 할 것이고......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일도 있으리라. 그러나 딸과 아들이 마련한 송년과 신년을 겸한 1월 2일의 점심식사로 인해  출발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날마다 같은 오늘인 듯 보여도 여기가 2021년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건강하기를 바라고, 이렇게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 준 딸과 아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