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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밀졸라 목로주점(木壚酒店) 본문
허물어질 수 밖에 없는 서글픈 노동자의 서사시
에밀졸라(1840~1902, 프랑스)는 자연주의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다. 자연주의는 과학적 객관성을 그 특성으로 해부적 기법과 세밀한 묘사를 보여 준다. 실험성이 강한 작품으로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1920년대의 현실을 냉철히 관찰한 작품 )' 등이 해당된다. 자연주의는 감추고 싶은 세상의 이면까지도 자세히 묘사하여 독자로 하여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게 하는 작품이다. 외설적이다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묘한 끌림을 제공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목로주점(木壚酒店, 긴 바가 있는 선술집)으로 번역이 되었다. 원 제목은 아소무아르(assommoir)로 '때려눕히다'라는 뜻의 동사 assommer에서 파생된 용어로, 때려서 죽일 수 있는 몽둥이, 혹은 '사람을 때려눕힐 정도로 힘든 일'을 뜻한다. 19세기 중엽 파리 외곽의 푸아소니에 거리 술집 이름이다. '알코올로 사람을 때려눕히는 곳'이라는 이름의 술집이 생긴 이후로 '값싼 술집', '선술집'을 뜻하는 보통 명사로 사용되었다. 독주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맞아 죽어 가게 될 인물들의 삶을 예고한다.
총 13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번역의 질을 고려하여 믿을만한 출판사인 민음사에서 펴낸 책으로 읽었다. 주인공 제르베즈는 "일할 수 있고, 먹을 것이 있고, 몸 누일 자리''만 있으면 되는 소박한 꿈을 지닌 여인이다. 그러나 에밀졸라는 일반 서민의 삶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주제로 소설을 썼다. 그래서 제르베즈의 삶이 전쟁의 포탄에 의해 잔해만 남은 가자지구의 사진처럼 부서지고 무너져 내려서 결국 굶어서 죽었으되 언제 죽었는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이야기다.
주인공 제르베즈가 열 네살 이후 두 아이를 낳고 결혼하지 않은 남편 랑티에와 함께 파리의 시문(屍門, 시체가 드나드는 문) 근처 여관에서 자리를 잡는다. 랑티에가 바람이 나서 모든 돈 될 것을 들고나가고, 화가 난 제르베즈는 베르지니와 세탁장에서 크게 한 판 싸움을 벌인 후 두 아이를 키우려 세탁부로 일한다. 그때 양철공 쿠포가 제르베즈에게 청혼을 하고 몇 번의 거절 끝에 쿠포와 결혼을 한다. 얼마간은 행복하게 지냈다. 세탁부로 성실하게 돈을 벌어 가게를 내고 싶은 제르베즈. 가게를 보러 가기로 한 날 쿠포가 지붕에서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긴다. 가게 낼 돈을 모두 치료비에 쓰고 제르베즈를 연모하는 구제네 돈을 빌려 푸른빛이 나는 예쁜 세탁소를 차리고 세 명의 직원을 고용한 사장이 된다. 인생이 잘 풀리는 듯 보였다.
떡 벌어지게 생일상을 차려 보란듯이 자신의 성공을 축하했건만 돈은 늘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는 법.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남편, 시누이가 떠넘긴 어머니, 전 남편까지 같이 살면서 제르베즈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살림은 점점 줄어든다. 직원이 하나 둘 나가고, 랑티에의 중개로 가게는 세탁장 사건의 상대인 베르지니에게 넘어간다. 좁고 낡은 아파트 7층에 자리 잡고 쿠포, 제르베즈, 딸 나나가 함께 살아보려 했지만 쿠포는 술에 찌들어 정신병원에서 죽고, 제르베즈는 거리의 여자가 되어 보려고 했으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금발의 교양 있고, 아름답던 제르베즈는 그렇게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는다. 나나는 부모의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여 카바레에서 춤을 추는 무희가 된다. 에밀졸라의 소설 <나나>는 제르베즈의 딸 나나가 주인공이다.
에밀졸라는 "일할 수 있고, 먹을 것이 있고, 몸 누일 자리''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제르베즈의 삶을 무참히 나락으로 내몰았다. 심지어 굶어죽기 직전에 사람들은 이런 음식도 먹는지 보자고 제르베즈에게 먹지 못할 음식을 내밀고 내기를 했지만 늘 제르베즈는 모든 걸 먹고 돈을 받았다는 대목도 있다. 에밀졸라의 소설 속 인물들은 거의 동물의 수준에 가깝다. 탐욕으로 가득 찼으나 늘 가난한 7층 아파트에서 금사슬을 만드는 로리에부부는 비쩍 마른 거미로, 제르베즈에게 다시 돌아와 기생하고 베르지니의 사탕가게를 먹어치우고 내장가게 여자에게로 갈아타는 바람둥이 랑티에는 사냥개로, 착한 아이로 살아가던 강아지 같던 쿠포는 요심에 허우적거리는 원숭이로, 제르베즈로부터 받은 모욕을 되갚아주려다 랑티에에게 물어뜯기는 베르지니는 고양이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하루의 노동으로 지친 몸을 녹이려고 찾아가는 목로주점은 그들의 돈을 거둬들이며 노동자들을 주정뱅이로 만들고 나중에 쿠포처럼 정신병원에서 죽게 한다.
1850년 경 프랑스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계화되면서 일자리를 기계에게 빼앗기고 임금이 점점 줄어든다. 제르베즈가 빨래하던 세탁장에도 기계가 있고, 아소무아르(목로주점)에도 기계가 있으며, 제르베즈를 연모한 대장장이 구제가 만드는 나사못이 기계로 대체되면서 임금이 줄어들어 괴로워 하게 한다.
에밀졸라는 <아소무아르>에서 바르게 살려고 몸부림쳤지만 결국 추락하고 마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 추락이 어쩔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제르베즈가 비참하게 굶어 죽어가는 모습까지 자세히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들이밀고 있어서 무척 잔인하고 슬프고, 안타까우며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렇다. 에밀졸라는 노동자들의 인생이 결국 제르베즈와 다르지 않음을 사회적 고발의 방법으로 소설화하여 말하고 있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읽고 나면 '사람의 인생', '여자의 일생'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도록 요구하는 소설이다.
마지막 구절은 장의사 바주즈 영감이 제르베즈의 시체를 관 속에 누이며 중얼거리는 말이다. 에밀졸라가 바주즈 영감의 입을 빌어 잔인하게 죽어간 제르베즈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전하는 위로의 말로 들렸다. "나야. 부인네들을 위로해 주는 비비라게테(즐거운 사람)지. 이제 행복할 거야. 자. 아름다운 그대, 이제 잘 자." 이 책을 읽기로 도전하는 분이 많지는 않겠으나, 삶을 이해하는 폭을 대단히 넓혀주는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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