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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스토너 본문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그대여!"
좋은 씨앗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꽃을 피워낸다. 좋은 책도 그렇다. 이 책은 저자가 펴낸 지 50년이 지난 후에야 사람들이 알아봐 주기 시작했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현대인이 가장 많이 들은 화가의 이름인 고흐처럼 그가 죽은 후에야 그의 작품을 사람들이 알아봐 준 것이다. 여기 그런 책이 있다. 1965년 세상에 나왔고, 50년이 지난 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25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관심받고 있다.
저자 존 윌리엄스(1922~1994)는 미국 텍사스주 클락스빌 출생으로 덴버대학교 학사, 석사와 미주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42~1944년에 중국, 인도, 버마에서 공군으로 복무했다. 그리고 덴버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강의를 30년 동안 했다. <오로니 밤뿐, Nothing but the Night>(1943), <도살자의 건널목, Butcher's crossing>(1960), <스토너>(1965), <아우구스투스>(1972) 4편의 소설, 2편의 시집을 남겼고, <아우구스투스>는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했다.
작가가 말하는 스토너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나는 주인공 스토너가 저자 존 윌리엄스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한다. 그의 이력이 스토너와 아주 닮아 있다.
<스토너>는 한 사람의 출생과 죽음까지의 삶을 서술한 소설(小說, 작은 이야기)이다. 스토너의 삶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대에 갔지만 영문학을 택했다. 남들 다 가는 군대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공부했다. 교수가 되고 첫눈에 반한 이디스와 결혼했다. 딸 그레이스를 낳아 길렀다. 평생 영무ㅜㄴ과 교수로 살았다. 잠시 이디스를 떠나 드리스콜과 연애를 했다. 드리스콜은 스토너의 명예를 위해 그를 떠났다. 학과장이 될 수도 있었으나 평교수로 살았고 부인 이디스에게 시달리면서도 이혼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퇴직을 앞두고 암에 걸려 사망했다.
<스토너>의 삶을 읽다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드라마틱한 장면이 거의 없다.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을 것인가 자신이 뒤늦게 재미를 붙인 영문학을 할 것인가의 고민, 남들 다 가는 전쟁터에 갈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정도의 고민, 첫사랑, 결혼, 승진에서 강사에서 조교수로, 조교수에서 교수 자리를 따기까지의 과정들. 별다른 사건 사고가 인생을 바꿔놓지도 않았고, 부인에게서 발견하지 못한 연애감정을 드리스콜과 나누며 영문학도로서의 학문적 교감을 나눈 일 정도가 평범한 일에서 벗어난 것이었을까?
스토너가 죽어가면서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넌 무엇을 기대했나?". "넌 무엇을 기대했나?"
심리학에 조명효과라는 게 있다. 조명효과(spotlight effect)는 연극의 주인공이 받는 조명처럼 많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도 스타들처럼 조명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쓴다. 매일 다른 옷을 입고, 남들이 어떻게 볼까 염려하고 머리를 감고,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토너>를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은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고, 평범한 인생을 살다 죽는다. 그러니 별다른 기대는 마라고. 희망은 늘 희박하니 그 희박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다만 그렇게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고싶은 일을 하고,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서 살아가라고.
이 책이 작가가 죽은 지 30년이 지났고 작품이 세상에 나온지 60년이 지나서 지금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뭔가 남다르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어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분위기 가운데 지친 사람들이 '그냥 나대로 살면 안돼?'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름대로 자기 인생을 살다가 남과 비교하면 초라해지는 순간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스토너의 말처엄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기 보다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살아간다면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자신만의 답을 찾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인생에 어느날, 바람이 들어와 잠시 나를 흔들 때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사람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이 책의 주인공 스토너가 한 마디의 말을 건네 줄 것이다. 괜찮아요, 당신도 나처럼 나름대로 잘 살고 있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