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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4주 -쉼보르스카 <단어를 찾아서> 본문
단어를 찾아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폴란드)
솟구치는 말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사전에서 훔쳐 일상적인 단어를 골랐다.
열심히 고민하고, 따져보고, 헤아려보지만
그 어느 것도 적절치 못하다.
가장 용감한 단어는 여전히 비겁하고,
가장 천박한 단어는 너무나 거룩하다.
가장 잔인한 단어는 지극히 자비롭고,
가장 적대적인 단어는 퍽이나 온건하다.
그 단어는 화산 같아야 한다.
격렬하게 솟구쳐 힘차게 분출되어야 한다.
무서운 신의 분노처럼,
피 끓는 증오처럼.
나는 바란다. 그것이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기를.
고문실 벽처럼 피로 흥건하게 물들고,
그 안에 각각의 무덤들이 똬리를 틀기를,
정확하게 분명하게 기술하기를,
그들이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금 내가 듣는 것,
지금 내가 쓰는 것,
그것으로 충분치 않기에,
터무니없이 미약하기에.
우리가 내뱉는 말에는 힘이 없다.
그 소리는 적나라하고, 미약할 뿐.
온 힘을 다해 찾는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쉼보르스카 시인의 1945년 <폴란드 데일리>에서 등단할 때 발표한 시다.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절묘한 우화와 패러독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따뜻한 유머를 동원한 시들로 '시단(詩壇)의 모차르트'라 불리며,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람의 말이 많은 듯 해도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해 답답할 때가 늘 있다. 이런 말도 있다. '버선 발목처럼 벗어서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글을 쓰거나 말을 하거나 답답함은 마찬가지다. 용케 적확한 표현을 찾으면 얼마나 명쾌하고 시원한지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스페인은 투우로 유명하다. 투우장에 나온 소가 씩씩거리면서 숨을 몰아쉬고 투우사의 깃발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고 달리가 보면 입에 거품을 물고 곧 쓰러지기 직전에 이른다. 그러면 소는 경기장 한편에 마련된 장소에 가서 숨을 고르고 다시 공격할 힘을 되찾는다. 바로 그 장소를 이르는 말, 퀘렌시아(Querencia)!
나는 퀘렌시아(Querencia)라는 말을 처음 찾았을 때 '이런 말이 있었어?'하며 깜짝 놀랐다. 환경 자체가 경쟁인 한국에 살면서 몰아치는 스트레스에 거의 번아웃 지경에 이르렀던 때라서 그랬나 보다. 사람에게도 퀘렌시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에게 퀘렌시아를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 년을 넘게 가져본 적이 없는 퀘렌시아가 한 번에 익숙해지지는 않으니 지금도 자주 퀘렌시아를 경험하려고 한다. 가족과의 여행, 취미, 오래전 고향에서 지내기, 책으로의 몰입, 사람의 말의 소음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클래식, 한국을 떠나는 여행 들이 나의 퀘렌시아다.
*2025. 1. 15-1.23.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25년 2주와 3주는 시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4주차 <시 읽는 수요일>을 뒤늦게 설날(2025. 1. 29.)올립니다. 음력을 영어로 'Lunar year'라 한답니다. 또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는 푸른 뱀의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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