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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4. 6. 13. 본문
"나는 내가 참 좋다!" 이런 말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좋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흰머리 감추는 염색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내가 좋다.
비가 내려도 물러서지 않고 우산을 들고 선뜻 밖으로 나서는 내가 좋다.
선물 받은 꽃을 꽃병에 꽂고도 시듦이 아쉬워 그림으로 그려두는 내가 좋다.
주변의 만류에도 플루트를 포기하지 않고 3년 째 놓지 않고 있는 내가 좋다.
뭐든 한 번 시작하면 4년, 5년(한국화 5년, 라인댄스 4년 등등)을 기본으로 해 보는 뚝심 있는 내가 좋다.
'응원할게!, (무교(無敎지만)기도해 줄게요.'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세상을 나누는 마음 따뜻한 내가 좋다.
블로그 쓰기를 999번 째 쓰고 있는, 내 안에 고인 풀어낼 말들이 많은 내가 좋다. (2020.4.22.시작)
말은 줄이고 읽고 쓰는 일은 늘리고,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내가 좋다.
만나는 사람을 특별한 인연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내가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식당으로 가족을 초대하는 내가 좋다.
나를 위해서는 못해도, 다른 이를 위해서는 선뜻 부탁을 해주는 오지랖을 가진 내가 좋다.
책 속에서 길을 잃어도 다시 돌아와 324권의 책을 읽고 있는(2022.10.28. 시작) 내가 좋다.
가족 걱정, 회사 걱정을 쌓아두지 않고 아침 감사 기도에 날마다 옮겨적고 있는 내가 좋다.
아파트 투자는 집 없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영끌할 엄두를 못내고 돈은 많이 늘리지 못했어도
나는 내가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화된 몸과 함께 인생의 속도를 줄여가고 있는 내가 좋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그람시)'이 말처럼 살고 있는 내가 좋다.
때로 숙제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묵묵히 내 몫의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내가 참 좋다.
아뿔싸!
내가 좋다! 라고 쓰고 보니 결국 자기 자랑이 되었다.
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칭찬하는 일은 처음인데도......
셀프 칭찬이지만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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