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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보모화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2. 2. 18:13

  며칠 전 읽은 왕양의 <환율전쟁>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단어가 '국가의 보모화'다.  "원한다면 별도 달도 따 줄게."라고 연애 시절에 남자(혹은 여자)가  하는 달콤한 속삭임 같은 말이다. 사실 불가능하다는 걸 상대편도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해 달라."라고 요구하면서 속아준다.  절대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별을 따러 우주로 가려면 로켓을 동원해야 하는데 과연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우주로 갈 수도 없거니와 별을 지구로 가져오기도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무슨 수로 행성을 끌로 올 수 있으랴? 어려운 일은 그저 단호하게 "노!"라고 답하는 게 낫다.  현실을 인정하고서 "별, 달은 됐고! 따뜻한 커피나 한 잔 사든가!"라고 말이다. 

 "난방비 폭탄을 받고 많이 놀라셨죠?"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작년에 내던 난방비의 2배 정도 나왔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건 사실이지만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더구나 2022년 여름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가스 의존도를 두고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여론을 형성했고 여름에 난방시설을 가스에서 화석연료인 나무 장작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화석연료인 석탄으로 대체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난방비 인상에 대한 보도를 심각하게 하지 않고 겨울을 맞이했다. 그러다가 고지서가 나오자  난방비를 걱정해 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월보다는 2월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라는 소문과 보도도 난방비 걱정을 부추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난방 온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3도, 25도, 27도" 다양했다.  실내 온도 20도는 정부에서 권장하는 기준이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20도를 유지하면 양말을 신고 지내야하는 수준이다.  대부분이 춥게 지내서 근육통을 앓기보다는 따뜻하게 지내고 난방비를 지출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반면 난방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미 복지차원에서 지원되고 있는 예산을 받고 있고 그 예산을 근거로 난방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방비 폭탄"운운하며 '보모'를 자처하는 권력층들이 있으니 국민들의 마음이 흔들릴까 걱정스럽다.  "너를 구원하는 건 오직 너 자신뿐이다."는 말이 있다.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면 좋겠지만 예측이 가능한 일은 스스로 감당하고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추울 때 부채를 준비하고 더울 때 목도리를 준비하는 것이 세상 사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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