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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트리 가지치기 본문
사무실에 있던 해피트리가 이 사무실에서 몇 년을 묵었는지 알 수는 없다. 내 키를 훌쩍 넘어서 아나 2미터는 족히 될 만큼 쑥쑥 자랐다. 4년 전에 내가 이 사무실에 왔을 때 괜찮던 게 겨울을 나고 시들시들하기에 이듬해 봄에 화단에 옮겨 심었더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나무의 면모를 갖게 되었다. 가뭄에는 물을 주고, 더운 여름에는 잎사귀가 백화현상으로 하얗게 바랬다. 바랜 잎사귀는 모두 잘라주고 기다렸다. 그러자 백화현상이 지나가고 윤기 나는 잎사귀들이 다시 올라왔다. 그 해 가을에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지켜보기를 계속하다 한 달 전쯤에 결심했다.
"저 나무를 자르자! 내 키를 넘지 않게!"
결심을 굳히기 위해 바로 가위를 들고 가지를 잘랐다. 웬걸, 생각보다 굵은 가지는 가위로 잘릴 태세가 아니다. 창고가 가서 톱을 가져다가 사정없이 잘랐다. 자르고 나니 맹숭맹숭하게 가지만 덜렁 남았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너무 볼썽 사납게 가지만 남았구나. "
"물만 잘 주면 곧 싹이 날거야."
다음날, 그다음 날이 되니 키 큰 나무가 갑자기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으니 시원하기도 했다가, 어떤 날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싹이 안 올라와. 너무 여지를 두지 않고 싹둑 잘라 버렸나? 나무 영양제라도 줘야겠다."
소심한 마음에 날마다 나무를 살핀다. 어느 날은 돋보기를 가져다가 나뭇가지의 볼록 나온 부분들을 들여다본다.
"아직, 아무 데도 싹이 안 보여. 죽었나?"
"어? 여기 아랫부분에 초록빛이 도네. 여기서 나오려나?"
주말 지나고 다시 들여다보니 두 군데서 싹이 보인다. 꼭 2주 만에 보이는 싹이다. 반갑다. 싹둑 잘랐어도 물을 주고 들여다본 보람이 있었던지 싹이 돋았다. 반가운 마음에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본다. 연두색 싹이 반갑다.
머지않아 싹이 돋으면 아담하게 내 키보다는 작은 해피트리 화분이 사무실 한편을 연두색으로 꾸며줄 거다.
"여러분! 해피트리는 싹둑 잘라도 물을 잘 주면 다시 싹이 나요. 하지만 줄기 윗부분을 잘라서 위쪽에서 싹이 나지 않고 움이 트는 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싹이 나옵니다. 그러니 너무 키가 큰 해피트리 화분 때문에 답답하다면 용기를 내서 싹둑 잘라 보세요. 자르고 나서는 해피트리를 위로해 주고, 자주 들여다보는 거 잊지 마세요. 해피트리도 알고 있어요. 관심받고 있다는거, 사랑받고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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