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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본문
동의보감의 눈으로 본 인간의 몸과 우주
정신과의사 이시형교수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인류의 과제를 '면역'이라고 말한다. 저자 고미숙 씨는 21세기의 인문학 화두를 '몸'이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코로나를 겪기 전에는 '남 부럽지 않은 성공'에 의미를 두었다면 이제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두 분의 말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저자는 고전평론가로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10년간 지냈고, 이후 '감이당'에서 활동하면서 '몸, 삶, 글'을 키워드로 '인문의역학'을 탐구한다. <열하일기>,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돈의 달인, 호모 코뮤지타스>가 있다.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이 영화를 보라>,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윤선도 평전> 등이 있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동의보감 시리즈 3권 중 3권에 해당한다. 앞의 <동의보감>,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토대로 의역학(醫易學)시리즈를 펴냈다. 이 책의 키워드를 "몸과 우주"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몸, 몸과 여성, 사랑, 가족, 교육, 정치.사회, 경제, 운명까지 몸과의 관계를 2~3쪽 분량으로 쉽게 에세이 식으로 썼다.
몸과 우주에 대한 깊은 성찰과 연구로 인간으로서의 최대 관심사인 '우리의 생명은 어디로부터 왔을까?'하는 궁금증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빅뱅 이후 태양계의 원재료가 된 기체 덩어리 근처에서 초신성 폭발이 있었다. 그때 초신성은 자신이 평생토록 만든 모든 무거운 원소를 은하 기체에 환원하고 일생을 마감했다. 현재 사람의 몸속에 있는 모든 중원소(칼슘, 마그네슘 등)는 이 초신성에서 만들어졌다. "인류는 모두 한 초신성의 후예인 셈이다. 수십억 년 전 이름 모를 초신성이 평생을 바쳐 모은 귀한 중원소들을 은하에 환원하지 않았다면 지구 생명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석영,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17p)(217p)
그리고 요즘 사람들 사이에 왜 그토록 상처받은 사람이 많은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통을 유발한 책임을 부모나 주위 사람에게서 찾았기 때문에 자신은 희생자라는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다. (허훈, <마음은 몸으로 말한다>, 이담북스, 2010, 83p)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주체성이 없이 남의 인생을 살듯이 자신을 보지 못하고 남만 보면서 삶을 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나 상처 받았어, 사과해!" 인정 욕구는 끝이 없다. 해결 방법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너를 구원하는 건 오직 너 자신뿐이다. 스스로 구원할 수 있어야만 운명을 사랑할 수 있다."(237p)
논어에서 문자보다 강조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저자는 쇄소응대(灑掃應對, 청소와 약속)라고 말한다.(246p) 주변을 깨끗이 하고, 약속을 지키는 일이야 말로 소통과 배려의 시작이다. 요즘 교육에서 배제된 청소와 도덕교육(효, 예의, 충, 정직, 신뢰 등)이 문자보다 중요하다면 이제라도 교육의 방향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을 잘 살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문장을 소개한다. '우주의 모든 운행에는 차(시간적 순서)와 서(공간적 질서)가 함께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봄여름가을겨울이다. 돌아오되 다르게 돌아온다. 차이 속의 반복, 순환이야말로 생명의 원동력이다. 다양성과 자율성도 이 차서안에서만 가능하다. 인생과 우주의 원칙은 간단하다. 리듬을 타고 강밀도(각각의 리듬에 변화와 개성을 부여하는 진동, 임택트)를 높이는 일!(223p)
<동의보감>,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읽고나서 이 책을 읽으면 더욱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이 책으로 앞의 두 책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책이지만 2023년에 읽어도 손색없을 만큼 통찰력이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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