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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건릉은 없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6. 21. 17:23

주말에 다시 융릉과 건릉을 방문했다.  맨발걷기가 금지되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당분간은 자주 찾아갈 예정이다. 뱀이 출몰하기도 하여 맨발걷기는 하지 않도록 입구에 안내판을 부착해 놓았다. 

지난 번 방문했을 대 천년지에 대한 안내가 잘못 되어 있다고 문화재청에 의견을 제시한 이후 처음 방문하는 길이라 안내도를 먼저 찾아 보았다.  문화재청에서 답변한대로 안내도는 수정하여 게시하고 있었다.

<천년지> 안내도의 바뀐 부분을 확대한 모습이다.

나도 '융건릉  가자!'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융릉과 건릉이 나란히 있고, 이름도 '융릉 건릉'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생각없이 남들이 하는대로 융건릉이라고 불렀으니 이는 우리 문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다.  세계유산으로 조성왕릉이 선정되었고,  그 중 '융릉과 건릉'이다. 

융건릉이 아니라 융릉과 건릉이다.
융릉과 건릉을 모시는 재실이 입구쪽에 있다. 한옥이 아담하다.

 두세번 방문하니 첫번째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부분들이 눈에 띈다. 입구 족의 재실(齋室)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시조나 중시조의 묘소 또는 사당 근처에 세운 건물이다.  미선나무가 화단에 있어서 독특하다 싶었다. 마당에 있는 개비자나무는 멋스러운 자태가 남다르다. 뒤안에 산수유와 앵두나무가 섰다. 산수유는 유달리 크고 높다.  앵두는 그늘쪽에 몇 개 빨갛게 달려 있다.  햇빛이 안들어서 그런지 빨갛게 익지는 않았다.  앵두는 맛으로 먹기보다 그 모양과 빛으로 시원하다.  요즘처럼 과일이 흔한 시대에는 앵두는 과일로도 취급받지 못하지만 하얀 그릇에 시원한 꿀물을 담고 앵두를 두 세알 띄우면 얼마나 시원하고 예뻐 보이는가? 

융릉과 건릉을 들어가는 길

  융릉과 건릉은 입장료를 1000원을 내고 들어가지만  주차료를 받지 않는다.  주변에 공원이 마땅하지 않으니 문화재라는 개념보다 산책하고, 숲을 찾기 위해 방문한다.  물론 첫 방문에야 융릉이 누구의 무덤인지, 건릉은 또 누구의 무덤인지에 관심을 갖지만  여러 차례 방문하는 시민들에게는 공원이다.  조용히 방해받지 않고 잘 닦아놓은 길을 따라 지인 또는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는 걸 즐긴다.  200여년전 정조대왕이 깊은 뜻이 있어 이곳에 능을 만드니 주변의 후손들이 이토록 잘 이용할 수 있다.  정조대왕도  200여년 잘 가꿔온 소나무숲을 시민들과 나눠갖기를 원할 것이다. 

 숲은 빼곡하여 어떤 곳은 소나무를 솎아내야 바람이 통할 것같이 하늘을 덮어버렸다.  곳곳에 하얗게 캐나다딱총나무가 꽃을  피우고 군락을 만들고 있다. 가끔 물까치의 노래소리도 들린다. 소나무들은 제선충 주사를 2년에 한 번 맞았고, 그 표식을 나무에 달고 있다.  나는 융릉과 건릉의 숲에 반했다.  어느날,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한적한 길을 걸으면 맨발에 와 닿는 비젖은 땅의 촉촉함이 기분좋을 것이다.  또 어느날 눈이 내리면 눈이 가득 쌓인 소나무밑을 걷다가 우르르 쏟아지는 눈을 흠뻑 뒤집어 써도 좋을 곳이다. 

 

융건릉은 없고, 거기에 "융릉과 건릉"이 있었다.   걷기 명상을 하거나 혹은 누군가와 담소를 나눌 조용한 산책길로는 경기 남부 인근에 이만한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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