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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루슬로 詩 두 편 본문

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장 루슬로 詩 두 편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2. 24. 15:32

목포 해상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시내

 

 

     세월의 강물 / 장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작은 심장  / 장 루슬로

 

작은 바람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숲을 쓰러뜨려
나무들을 가져다주어야지.

추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빵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모든 이들의 양식이 되어야지.
배고픈 사람들의.

그러나 그 위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비가 내려
바람을 잠재우고 빵을 녹여
모든 것들이 이전과 같이 되었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춥고
여전히 배가 고프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

장 루슬로(류시화 시인의 시집에서 발췌)프랑스 시인이고, 영화감독이라고 한다.

좋은 시를 낭송하는 모임에서 소개한 이 시를 듣고, '어? 처음듣는 내용이다. 신선하다.'라는 생각과 평화를 지향하는 시인의 철학을 발견한다.  

 

'더 빨리 흐르라고/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 존중받아야 함을 말한다.  그것이 생명이 없어 보이는 강일지라도 우리가 채근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주변의 사람들이야말로 말해 무엇하리.  온 우주의 모든 것들이 합당하게 자기 자리에 있고, 흐르는 속도도 자신에 맞게 움직이고 있으니 채근하지 말라고 말한다.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는 세상을 향해 하는 말이다.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겨서 더 많이 갖게 하는 자본주의의 원리가 지금 인간 세상의 지배 논리 구조다.  서로 속고 속이고를 반복하는 사이 작고, 어리고, 약한 계측과 사람들은 희생된다. 바야흐로 약육강식의 방식이다.  시인은 사람들이 심장이 작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원래 작은 심장을 가진 게 아니라 남과 비교해 보니 작아 보이는 심장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나누지 못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