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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 시집 서평 <다시 오지 않는 것들> 본문

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시인 최영미 시집 서평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2. 17. 16:25

                                          출처: 블로그 토마토의 하루

 

 

 

시골 장례식

                            최영미

 

용문에서 목격한 어느 죽음

앞산 뒤뜰이 떠들썩하게 소리와 색으로 물들어

꽃같은 죽음.

생일잔치 같은 장례식.

 

이 세상 나올 때

그리고 들어갈 때만 화려한 사람들.

 

어릴 적 시골 동네에서의 꽃상여 행렬은 구경거리 귀한 시절이라 큰 구경거리가 되었다. 

 만장을 펄럭이면서 젊은 청년들이 앞서고 요령잡이가 상여 앞에서 요령을 흔들면서 구슬프게 소리를 하면 뒤에 따르는 상제와 가족들은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곡소리를 한다.

상여를 멘 상여꾼들은

요령잡이가 메기는 소리에는 보통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내 집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 주오” 등과 같은 노래말이 많이 쓰인다. 상여꾼들이 받는 소리로 “너허 너허 너화너 너이가지 넘자 너화 너” 혹은 “에헤 에헤에에 너화 넘자 너화 너” 등의 노래말로 상여소리를 이어간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상여소리(喪輿─))]

 

 최영미 시인의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 수록된 시이다.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056818

 

다시 오지 않는 것들

“길이 보이지 않아도나는 다만 이 햇살 아래 오래 서 있고 싶다”시인 최영미가 6년 만에 신작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출간했다. 새롭고 뜨거운 언어로 문단을 넘어 한국사회에 충격

book.naver.com

시인은 늙어가는 어머니가 병원생활을 하는 내용들과 삶의 내밀한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내민다. 작가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너무나 솔직하여 설명이 필요 없다. 매우 직관적이고 작가의 글을 읽으면 장면이 바로 떠오른다. 삶과 죽음에 대해 그동안 터부시 해 왔던 삶의 적나라한 부분들을 붉은 것 그대로 표현한다. 

 

1부 꽃들이 먼저 알아
밥을 지으며 /꽃들이 먼저 알아 /마지막 여름 장미 /헛되이 벽을 때린 손바닥 /오래된 /내버려둬 /마법의 시간 /문명의 시작 /수건을 접으며

2부 지리멸렬한 고통
예정에 없던 음주 /등단 소감 /괴물 /Mendelssohn violin concerto E minor /지리멸렬한 고통 /거룩한 문학 /바위로 계란 깨기 /독이 묻은 종이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의 이름으로 /2019년 새해 소망

3부 다시 오지 않는
봄날 /꽃샘추위 /너를 보내며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시골 장례식 /깊은 곳을 본 사람 /지하철 유감 /비틀 쥬스 /간병일기 /주소록을 정리하며 /행복, 치매 환자의 /옆 침대 /뭘 해도 그 생각 /낙원

4부 심심한 날
짧은 생각 /런던의 동쪽 /소설, 후기 /꿈의 창문 /데이비드 호크니 /50대 /원고 청탁 /카페 가는 길 /사업자등록 /연휴의 끝 /쓰는 인류 /오사카 성 /여행 /1월의 공원

 

<서른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의 시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병실에서의 모습을 시로 나타낸다.   병실에 가면 먹고 자고 싸는 가장 기본적인, 그동안 너무나 자연스러워 채 느끼지 못했던 어떤 부분이 고장나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기에 먹는 일도 장하다. 잘 자는 것도 복이다. 잘 싸는 것도 너무나 칭찬맏을 일이다. 시인은 노인이 되어 누군가의 간병을 받아야 하는 어머니의 그 일들도 시로 표현하여 우리의 공감을 고스란히 불러일으킨다.

 

내가 아는 똥은 더럽지 않다

내가 모르는 똥은 더러워,

 

6인 병실의 화장실 변기에 묻은 누군가의 흔적은

기겁을 하고 치우면서, 비닐장갑을 끼고도 찜찜해 손을

씻고 또 씻으면서, 열흘 만에 구경한 내 어미의 똥은 사랑스러워

"엄마 오늘 예쁜 똥 쌌다"고 사진을 찍어

동생들에게 보낸다. 드디어 엄마의 뒷문이 열렸다! 

-간병일기-(중략)

 

시인이 펴낸 시집은 생각없이 잘 읽힌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바로 공감대를 가질 만큰 가독성이 높다. 솔직하다. 당당하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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