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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에세이<보다> 서평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2. 1. 16:24

 

같은 세계에 사는 다른 시선

 

 소설가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검은 꽃> 등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산문집 <보다>, <말하다>, <읽다>,<여행의 이유>등을 출간하였고,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였다. 소설가로만 알고 있던 작가가 산문집을 어떻게 썼을 지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책 날개에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사람을, 세상을, 우리를 '다르게' 보다.

우리의 내면은 자기 안에 자기, 그 안에 도 자기가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차례를 보니

1부 시간도둑/자유 아닌 자유/진짜 부자는 소유하지 않는다/숙련 노동자 미스김/부자 아빠의 죽음/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 2부 부다페스트의 여인/잘 모르겠지만 네가 필요해/나쁜 부모 사랑하기/ 카르페디엠과 메멘토 모리/ 어차피 죽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이유 3부 샤워부스에서 노래하기/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2차원과 3차원/미래의 영화를 표절하다/죄와 인간, 무엇을 미워할 것인가/앞에서 날아오는 돌, 4부 패스트패션 시대의 책/아버지의 미래/택시라는 연옥/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홈쇼핑과 택배의 명절, 추석/탁심 광장/나는 왜 부산에서 사는 것일까? 로 나뉘어 있다.

 

 1부 시작 글인 '시간도둑'에서부터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드러난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자기 시간을 헌납하면서 돈까지 낸다. 비싼 스마트폰 값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부자들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시간과 돈을 거둬들인다. 어떻게? 애플과 삼성 같은 글로벌 IT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부자가 한국의 가난한 젊은이에게 직접 시간 쿠폰을 살 필요는 없다. 그들은 클릭 한 번으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시간을 헐값으로 사들일 수 있다. 이런 세계에서 어떻게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지킬 것인가?-P.15  이 글에서 작가는 마르셀 에메의 단편소설 <생존시간 카드><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문학동네, 2002>를 소개한다. 시간이 거래되는 가상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똑같은 시간을 배급받는다. 그런데 자기에게 부여된 시간이 필요없는 사람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 부자들은 돈은 많은 데 시간은 부족하다. (...)소득이 높으면 휴식의 가치도 덩달아 치솟는다. 하루 천만원을 버는 고소득자의 하루 휴식은 천만원인 반면 하루 십만원을 버는 노동자의 휴식은 십만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고소득자 중에 일중독자가 많다고 한다. -P11

 

  2부 '나쁜 부모 사랑하기'에서는 아이는 자기를 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애쓴다고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게 확실한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기를 마뜩지 않아하는 부모의 마음에 드는 게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어릴 때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부당해 보이며 인간사가 정의와 무관함에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또 작가는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들과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으로 숨진 칠백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피해를 당한 일을 통해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에 대해 지적한다. 먼저 '다수동조편향'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두번째 오류는 '정상화편향'이다. 우리 뇌가 위험한 징조들을 어느 정도 무시하도록 진화해 왔기에 '이번에도 별일 없을거야.'라고 생각해 버리는 오류 말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 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와 카르페디엠(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은 이렇게 결합되어 있다.

 3부 '샤워부스에서 노래하기' 에서는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인가,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샤워부스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무대에 샤워부스를 설치하여 노래를 부를 지, 샤워부스가 없이도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도록 담력을 키울 것인지 정답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면서 살아간다. 그 중 몇몇은 세상을 자기에세 맞게 바꾸기도 한다. 우리는 그를 천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남준작가가 그렇고, 앤디워홀이 그렇다.

 

 4부 '예측 불가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에서 설치미술가인 하산 엘라히는 2002년 6월 19일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FBI에 체포되었는데 그 죄목이 아무패턴없이 여행을 하고 창고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폭발물 제조 혐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삶이라는 게 과연 좋은 것인지 작가가 묻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내버려둔 존재, 가장 무지한 존재가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