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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15. 본문
난초향은 하룻밤 잠을 깨우고
좋은 스승은 평생의 잠을 깨운다.
나의 뜻을 얻은 자
세상의 무정함을 탓하지 않으리라. -공자-
2023년 스승의 날이다. 취지는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여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날'이며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였고,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각급 학교와 교직단체에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매년 교직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는데 2023년에는 역대 최저로 23% 정도가 교직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으로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학교 안으로 사회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변호사들이 학교폭력 사건에 개입하여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기도 한다. 대통령 직속 교육위원회를 만들고,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달라질 줄 알았던 교육은 별반 다를 바 없이 아직도 혼돈 속이다. 여전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모든 교육 활동을 무력화하면서 존재하고 있으며, 인성교육을 강화하자고 말하지만 교육활동은 보호받지 못하고 거의 매일 학교와 관련된 신고, 고발, 재판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고,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이라는 용어가 너무 거창하다면 '선생님'의 날이라고 하자. 그렇지만 스승의 날을 없애자거나 부담스러우니 휴일로 지정하자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일 년 중 하루 스승의 존재를 생각해 보는 날로 의미 있게 보내자. 꼭 스승이 학교의 선생님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공자의 말처럼 '평생의 잠'을 깨우는 존재가 스승이다. 요즘은 유튜브, 인터넷도 스승이 되고, 책 속에서도 찾고, 이웃의 사람에게서도 스승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요즘 자연을 스승으로 삼는다. 잎이 반짝이는 5월의 초록초록한 나무들을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지 오래 보고 기억하려고 한다. 모란이 지고 작약이 피는 계절, 장미도 핀다. 저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저 스스로 피고 지고 있지 않은가? 세상의 스승들도 마찬가지다. 저 스스로 존재하면서 자기 할 일을 무던히도 하고 있는 이들이 스승이다.
우리는 저마다 꽃이다. 저마다의 향기와 색을 갖고 살아가면서도 매일 매일 흔들리면서도 줄기 곧게 세우려 애쓰는 저 꽃처럼 살고 있다. 모두가 모두에게 스승이다. 나는 꽃, 너도 꽃, 우리 모두 꽃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친구가 전화를 해 왔다. 그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작년에 새로 사귄 친구다. 책으로 인연을 맺었다. 오래 함께 하고 싶은 친구다. 스승의 날을 축하해 준 친구에게 화단에 핀 흰 장미의 향을 선물하고 싶은 밤이다. 그리고 내일 여행을 떠나는 책 친구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
언론이 교직 만족도가 매년 낮아진다고 발표하는 사이 선생님들의 사기는 더욱 꺾이고 있다. 만족도가 낮아지는 데에 대한 대책은 없이 만족도만 앞세우는 건 어딘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떤 직업도 만족도를 조사하여 매년 발표하는 직업은 없지 않은가? 혹은 자본주의에서 월급만 많으면 만족도는 높아지는 게 아니던가? 처우 개선과 교육의 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닐까? 만족도 저 숫자 너머를 바라보고 싶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는 당분간 보도하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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