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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2023. 5. 1.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5. 1. 21:17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청소미화원과 시설담당직원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반면 다른 직원들은 모두 출근하였고,  학생들도 학교에 등교하였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 너무도 한산하여 평소보다 절반밖에 걸리지 않아 수월하게 도착했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근무한 직원,  한 시간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일을 하지 않아도 임금을 지급하고, 일을 한 경우는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지급하는 날이기 때문에 평소에 적용되지 않던 휴게시간을 적용하여 1시간 빨리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일이 생긴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은 크게 교육공무원(교장, 교감, 교사, 기간제교사),  지방직공무원(행정실장, 주사, 주사보 등),  교육공무직원(근로기준법 적용)으로 나뉜다.  공무원은 공무원규정을 따르고 교육공무직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직군이 근무하는 학교는 참 복잡하다.  복무도 다르게 적용되고,  업무 시작일도 다르다. 직군과 적용되는 법이 다르니 서로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기도 하고,  공무직원 파업 때는 더욱 분위기가 달라진다. 

 

   교육공무원도 지방직공무원도 교육공무직원과 마찬가지로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사람이다.  그런데 공무원은 근로자의 날에 적용 대상이 아니다.  쉽게 생각해 보면 노동자는  사용자(기업가)의 반대 개념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형태의 샐러리맨을 일컫는다. 샐러리맨이라는 말의 유래는 로마시대에 임금을 소금으로 지급했는데 소금(salt)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노동자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쓰이지 않고 대신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가 있을 뿐이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는 ①직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②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③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호). 또한 ④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 제공과 임금 지급의 실질적인 관계가 종속적이어야 한다. 또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종사하는 직업의 종류와 상관없이 정신ㆍ육체ㆍ사무 노동자, 상용ㆍ일용ㆍ임시직 노동자를 모두 포함한다. 또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써 현실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취업자만이 근로자에 해당한다. 

 

   학교, 시청, 소방서, 경찰서, 행정복지센터 등 관공서는 일하지만 일반 병원, 마트, 은행, 증권사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근로자의 날의 취지를 보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기 위한 법정기념일(네이버)"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유급휴일이다.  여기에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노동자와 근로자는 같은 개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 용어를 혼동하여 쓰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혼동되는 노동자와 근로자의 개념을 분명한 기준을 세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도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근로자다.  정부 차원에서 '근로자의 날'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공휴일로 제정하여 제대로 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 이하의 사업장과 공무원,  소상공인 등에게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노동조합,  노동자 총연맹 등만 노동자로 인식하고,  사무노동자, 서비스 노동자가 대다수인 공무원은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근무 여건의 개선이 더딘 측면도 있다.  프랑스의 경우 교사들도 파업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교육공무원, 지방직공무원, 행정직공무원, 환경미화공무원,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등등 다양한 직군의 공무원들의 근무 여건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날에 공무원을 포함시키자는 취지에서 너무 나간 면이 없지 않으나 폐쇄적인 공무원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로 포함시키고,  정보사회를 사는 현재를 적용하여 노동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를 대거 교육시키고, 미래 정보사회를 대비한다고 하면서도 야간 업무 등은 업무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등 노동 여건은 열악하기만 한 청년들의 업무 환경도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맨 먼저 개선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엄마와 아빠가 '근로자의 날'이라 쉬는 사람은 다행이나 유치원, 학교가 재량휴업일인 반면 부모의 직장이 쉬지 않는 경우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을 먼저 한다.  그러니 학교는 재량휴업일임에도 돌봄교실을 열어 돌봄 전담사가 학생들을 돌보게 한다. 돌봄 전담사는 공무직원이라서 근로자에 포함되므로 1일 치 임금과 50%의 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어떻게 해도 '근로자의 날'의 취지에는 부합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에 남아 1시간을 더 근무한 공무직원, 1시간을 일찍 나와 근무한 공무직원도 교육공무원, 지방공무원과 다르게 적용되는 법에 의아할 뿐일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관이 입법, 행정기관인데 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올해는 이렇게 지나갔지만 매년 혼란스럽기만 한 근로자의 날이 매년 5월 1일에 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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