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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혼자가 혼자에게(이병률)-고독을 전해주려고 혼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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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혼자가 혼자에게(이병률)-고독을 전해주려고 혼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2. 28. 16:46

원래 인생은 외로웠다는 걸 발견하면 사람이 반가울 수 있다.

 

하늘색 표지에 노란색 의자, 그리고 거기 걸쳐진 보라색 외투는 가볍고, 10시간 산책을 하러 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듯하다. 2019년 9월에 1판이 발행됐고, 내가 읽은 책은 2022년 6월 발행한 12쇄 본이다. 달 출판사, 표지 디자인은 최정윤이 했다.

 

작가 이병률은 1967년에 났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라디오 MBCFM4U 이소라의 음악도시 프로그램의 작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문학동네 계역사 달출판사의 대표이다. 산문집으로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2022)>, <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2020)>, 시집은 <바다는 잘 있습니다(2017)>, <눈사람 여관(2013)> 등 다수가 있다. 자신을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작품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人’들과 하께 사는 혼자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시를 읽어주는 오디오클립도 다수가 있다.

 

작가는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생을 온전히 살아내고 그 과정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사진을 첨부한 산문집과 시집, 오디오클립으로 남기고 있다. 그런 작가가 가진 매력에 대해 ’ 자기를 지키고 있어서, 자기를 어디로든 보내지 않고 묵묵히, 굳건히 지키고 있어서다.‘라고 지인이 대답한다. (271P)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자신을 지키는 일일진대 그걸 지켜내는 사람이기에 그의 글과, 사진과 목소리가 진정성을 잃지 않는 거란다.

 

심리학자 에릭에릭슨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에릭이라는 이름에 에릭슨(ERICSON, 에릭의 아들?)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었다고 한다. 에릭슨의 말 “사람들은 살면서 큰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거기서 더욱 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일로도 탈진 상태가 된다. 만일 그들 자신에게 의지력이 없거나 자신들의 책임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그들을 쓰러뜨리게 된다.”을 인용하면서 작가는 ' 혼자 있는 시간이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16P)'라고 혼자 있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보통의 사람은 남이 만든 파도에 몸을 싣지만, 특별한 사람은 내가 만든 파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을 태운다.”는 작가의 말은 고백이자 혼자로서의 인생 좌우명에 가깝다.   심리학자가 아닌 시인인데 이 책을 읽으면 심리치유에 도움을 받는다.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라.(268P),  이것도 저것도 나쁘지 않아요.(304P), 우리는 각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276P)'라고 말을 걸어오는 시인은 비난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기 사는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려준다.  때때로 철저히 혼자가 된 시인이 여럿이 함께 하면서 힘들어하는  도시인들에게 전해주는 말이 들린다.

  '원래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생이라 타인을 만나면 더 반갑더라고요.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