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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말의 진정성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1. 24. 15:13

 꽃다발

             김이듬

 

축하해

잘해봐

이 소리가 비난으로 들리지 않을 때

 

누군가 꽃다발을 묶을 때

천천히 풀 때

아무도 비명을 지르거나 울지 않을 때

그랬다 해도 내가 듣지 않을 때

 

나는 길을 걸었다

철저히 보호되는 구역이었고 짐승들

다니라고 조성해놓은 길이었다.

 

 

주말 잘 지내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메시지를 보낼 때, 답장을 쓸 때, 메일을 보낼 때, 끊임없이 하는 말이다. 이 말들 속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 습관처럼 쓰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얻어 맞듯이 지인으로부터의 메일에 이런 말이 있었다.

"우리의 메일에는 습관처럼 쓰는 인사들은 없이 하고 싶은 말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내가 그동안 습관처럼 쓴 문자 언어들이 본질을 왜곡하는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심한 겉치레로 여겨졌다는 뜻이다.  돌이켜 보니 형식적으로 또는 체면치레로 쓰는 말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루에 10건이 넘는 문자메시지, 네이버밴드의 글들, 카카오톡, 직장에서의 메시지, 직장 메일, 개인 메일까지. 세어보니 메시지 공해라고 일컬을만 하다. 많은 메시지를 받으면서도 내가 보낼 때는 한 번 읽고, 다시 읽어서 다듬은 후에야 보내면서도 개운치 않다. 글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말의 홍수시대라고 한다.  서너살 아기들도 참 말을 잘한다. 말이 앞서는 세상이기도 하다. 인터넷의 발달과 SNS, 유투브로 이어지면서 어지러울 정도로 말과 글을 쏟아내고 있다.  '짐승들 다니라고 조성해 놓은 길'은 '인간의 말이 통하지 않는 길'이라서 '인간의 말로부터 철저히 보호되는 구역'이다. 

 내가 쏟아내는 글과 말이 진정성을 담고, 침묵보다 값어치 있는 말이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지금 쓰는 말과 글도 그저 쓰레기에 불과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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