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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2025-19주]우리들의 잠 본문
우리들의 잠
노수빈
해와
모래밭
그리고
선인장 하나를
우리는 보고 있다.
선인장은 꽃이 피어 있다.
새 한 마리가 날아온다.
그것도 우리는 보고 있다.
날아온 새 한 마리가
꽃핀 선인장꽃에 앉으려다가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린다
그것도 우리는 보고 있다.
이윽고
피 흘리는 새 한 마리는
점점 좁혀오는 하늘 한쪽으로
날아간다.
우리는 그것도 보고 있다.
그러다가
점점 좁혀오는 하늘 아래
모래밭으로 기우는 햇살을 덮고
우리는 깊은 잠에 빠진다.
날아간 새가 돌아올 때까지.
-<우리들의 잠> 전문-
시인 노수빈(1947~)의 시집 <우리들의 잠>(1987)을 책꽂이에서 찾아 읽었다. 책 메모에서 시인은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다. '사람의 근본적인 심성을 썩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시의 힘이다'라고 말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으려면 뿌리가 썩지 않게 유지해야 하는데 시인은 뿌리를 지켜야 하고, 그 일에 철저할 때 생명 있는 시, 빛나는 시가 생산된다고 말한다.
시인이 해, 모래밭, 선인장, 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로 하루를 그려낸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한다. 날아간 새가 돌아올 때를 희망적으로 말한다. 가시에 찔려서 피를 흘리면서 날아간 새, 그 새가 다시 돌아오는 일은 다음 날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 시인은 우리의 삶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서울타워에 올라가 서울을 내려다보듯이. 그렇게.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우리 삶은 얼마나 어리석고 치사해 보이던가? 얼마나 작고 초라해 보이던가? 늘 그렇지는 않지만.
나는 영화 <트루먼쇼(trueman show)>의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연출은 하느님, 하나님, 누구든 상관이 없다. 초자연적인 힘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왜 그런고 하니 인간이 100년을 사는 게 힘들진대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기는 역부족이고, 사람의 몸의 구조만 봐도 어찌나 과학적이고 정교한 지 도무지 창조론과 진화론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으니 누군가 연출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보는 것이다.
'트루먼쇼 증후군'을 앓는 사람을 정신과 상담을 해 보아야 한다는데 나는 이런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으로 충분하다. 트루먼 쇼 증후군(Truman Show syndrome)은 자신이 연출된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며, 모든 사람이 연기자이고, 자신의 삶이 카메라에 생중계되고 있다고 믿는 망상 장애를 말한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삶이 조작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나 <트루먼쇼>의 트루먼이 쇼라는 걸 아는 것도 의심에서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둘러싼 미묘한 움직임을 발견한 데서 진실을 찾아낸 것이다. 우리 삶에 대해서도 tv, 유튜브, 소문, 책, 신문, 인터넷 등의 정보를 근거로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선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노수빈 시인이 '우리들의 잠'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4월 천주교 안동지부 두봉주교(프랑스, 1929~2025.4.11.)가 96세 나이로 선종했다. 1954년(25세)부터 70년 넘게 한국에서 일한 두봉 주교의 지론은 '기쁘고 떳떳하게'다. 그가 최고로 행복해지는 비결을 말한다. " 그냥 웃으면서 하느님이 베풀어주시는 대로 마음 편안하게 웃으면서 감사하게 받으면 돼요. 그리고 남에게 행복을 주면 최고로 행복해집니다. 무슨 일을 하든 기쁘고 떳떳하면 힘이 나요.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남들에게 행복을 주면 자기가 행복을 누리게 돼요. 아주 묘한 그런 행복을 누리게 돼요."
"뭐든지 기쁘게 생각하고,
뭐든지 고맙게 생각하고,
밝은 눈으로 보는 것,
그게 행복이에요.” -두봉 주교의 행복론-
"최고의 행복은 남에게 주는 행복입니다. "
아이러니다.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게 최고인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행복은 반사된다.
남을 기쁘게 해야 나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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