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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시 읽는 수요일-2025-18주]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4. 30. 17:15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시인 정현종(1939~) 서울 출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사물의 꿈>, <나는 별 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광휘의 속삭임> 등이 있다.  

 

  4월,  봄의 기운이 주체할 수 없이 부풀어 올라온 대지에 끓어 넘쳐서 여기저기 꽃이 피고,  새 잎들이 무수히 피어났지요. 보이지는 않았지만 겨울의 찬 기운을 따뜻한 기운으로 밀어내느라 최선을 다했고,  그 사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감쪽같이 봄이 왔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알지요.  그 봄이 오느라 겨울바람과 봄바람이 힘겹게 밀고 당기기를 했고 결국은 겨울바람이 밀려났다는 것을요. 드디어 봄이 왔을 때,  온전한 봄이 왔을 때가 4월이었지요. 

 

   시인은 '나는 가끔 후회한다'라고 시를 시작했어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이니 열심히 살 것을 후회했지요.  무엇이 후회스럽던가요?  저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열심이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네요.  특히 가족에게 했던 무례하고,  무정했던 행동과 말들을 후회합니다.  가족이라서 편하게 대하고 하지 못할 말과 행동도 하곤 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지요.  

 

   가족에게도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무례하고, 무정한 말과 행동으로 상처 주지 않는 비결인 것을 알겠어요.  대신 쑥스럽더라도 '사랑한다', '감사해요.', '고마워요.'. '미안했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름다운 관계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걸 사람들은 알지요.  꽃보다 사람이 더 위로가 되거든요. 가족이라면 더 그렇지요.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존재가 아니겠어요. 4월 지나가는 오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이 순간'  사랑과 감사와 배려와 존중을 담아 말합니다.  사랑합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