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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내일은 오지 않는다. 또 다른 오늘이 있을 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9. 22. 16:17

며칠전 법정 스님의 2003년 강연을 듣고 계속 내 속에 맴도는 말이다.

 

내일은 없다.

다만 오늘이 있을 뿐이다.

 

날씨가 아주 맑다.

어제는 퇴근길에 가까운 산에 가기로 했다.

벚꽃이 아름답던 길이 이제는 노랗게 변해가는 벚나무 잎들이 제법 눈에 보인다.

산책 삼아 약수터까지 가서 산에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벚꽃길을 가다가 인도 위에 있는 클러치백을 보았다.

갈색 클러치백은 눕지도 않고 서 있었다.

바로 아래는 칡넝쿨이 우거진 벼랑이다.

그냥 지나치려다 신고를 하였다.

유실물이 있다하니 10여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 다시 전화를 하니 5분쯤 후에 와 주었다.

습득물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서명을 하고 우리는 가던 길을 갔다.

 

나의 시간과 함께 한 사람의 시간까지 도합 30분의 시간을 주었다.

간혹 이런 일로 책임을 물게 될까봐 모른 척 하고 지나가는 것이 상식이 되어 버렸지만

잃어버린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면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할 일이라 판단하였다.

 

법정스님은 말한다.  살면서 두 가지 원칙을 가지시라.

첫째, 남을 도우라 두번째, 돕지 못하면 해를 끼치지는 말라.

 

정해진 시간보다 늦어서 어둑어둑 해진 산길에서 맨발걷기를 하였다.

아직 추분 전이라 해가 길어서 그런지 내려올 때도 깜깜하게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살면서 이렇게 남을 돕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

나는 나의 시간을 누군지 모를 그 사람에게 15분 주었다.

그 사람이 기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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