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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클루지(kluge)-정복되지 않는 인간의 마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 10. 22:28

진화심리학자가 발견한 마음의 한계와 생각의 함정

( 개리마커스, <클루지>, 최호영 옮김, 갤리온, 2022)

개리마커스(1970~)는 뉴욕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명예교수 이자 언어학습센터 소장이다. 심리학, 언어학, 분자생물학을 통합하여, 인간의 마음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다. 인공지능 분야의 과학자로 인간 언어 발달 및 인지 신경 과학에 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다. 연쇄 창업가이기도 하여 2014년에 기계 학습 회사인 Geometric Intelligence를 설립했다. Robust.AI 및 Geometric.AI 설립하여 Uber에서 인수됐다. 저서로는 <The Algebraic Mind> , <Kluge> , <The Birth of the Mind> , <New York Times Bestseller Guitar Zero>, <Rebooting AI>가 있다. <Rebooting AI>는 Ernest Davis와 함께 Forbes가 선정한 AI 분야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7권의 책 중 하나다. <Kluge>는 2008년에 국내에서 발행되었다가 절판되었으나 2022년 6월 유명 유튜버 자청(자수성가 청년)이 쓴 책 <역행자>에 추천 도서로 소개되면서 재발행되어 2022.11.14. 일에 25쇄 발행되었다. 자청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원한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라"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작가의 핵심적 주장은 8번째 장인 에필로그에 집약되어 있다. 우선 프롤로그에서는 인간이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는 전제로 시작하면서 클루지(kluge)가 생긴 배경에 대해 소개한다. 클루지는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의미한다.(91p) 제1장은 컴퓨터와 달리 맥락을 토대로 기억하고 추론하는 인간의 두뇌회로가 얼마나 결함이 많은가, 그리고 이런 왜곡은 진화를 통해 생겨났음을 말한다. 제2장은 원래부터 속아 넘어가도록 타고난 사람들이 갖는 오염된 신념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말한다. 후광효과(하나의 특성이 다른 특성을 결정할 때 미치는 영향), 갈퀴효과(먼저 기억한 단어로 다음 상황을 결정하는 영향), 닻 내림효과(처음에 생각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사고의 영향), 친숙효과(자신에게 친숙한 것을 좋은 것이라고 믿는 경향), 확증편향(자신의 신념에 잘 들어맞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 심지어 믿기 위해 근거를 만드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거론하면서 신념이 기억의 장난, 감정, 정말로 아무 상관이 없어야 할 지각 체계의 변덕 등으로 오염되어 있다(112p)고 소개한다. 제3장은 인간의 뇌가 경제학의 원리로 평가했을 때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말한다. 예상효용에 둔감하고, 돈을 상대적으로 계산하며, 돈보다 먹는 것을 탐닉하고 가치와 가격을 혼동하며, 미래보다 현재,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하며 신중하기보다 무의식적 반사체계에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말한다. 제4장은 인간의 언어가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언어가 원해 다른 목적들을 위해 진화한 장치들을 되는 대로 짜 맞춘 것을 토대로 아주 급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7p) 제5장은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과연 행복인가를 토대로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로 진화되었으며, 인간의 단기적인 쾌락과 장기적인 욕망이 결코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는 관계임을 말한다. (230p) 제6장은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다루면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신경적 취약성이 정신장애의 시초일 가능성이 있다(257p)고 말하면서 인간이 우연과 진화의 산물이라면, 우리 마음이 클루지(고장 나기 쉬운 애물단지 컴퓨터)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클루지를 대처할 13가지의 제안을 통해 우리들의 세계를 현명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이 불완전함을 통찰하고, 상관관계가 인과관계가 아님을 기억하고, 피로할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말고, 누군가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우물을 파되 한 우물을 파고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고 말한다.(278p)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옮긴이의 말을 읽어야 이 책을 꿸 수 있는 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루지는 간단한 용어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를 보는 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옮긴이 최호영 고려대심리학과교수의 덧붙인 말이 책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자로 인간 마음의 클루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진화의 관성'을 말하고 있다. 이는 다윈의 진화이론인 '자연선택'과 부딪히는 개념이라서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개념이라고 한다. 자연선택은 유기체의 어떤 특성이 진화한 까닭을 그 특성이 해당 유기체에 "어떤 적용적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에서 찾는다면, 진화의 관성은 유기체의 어떤 특성이 해당 유기체에게 별다른 적응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왜 생겨났는지, 또는 사라지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영화 <매트릭스>는 인간의 생각을 지배할 수 있어도 마음만은 지배하지 못하는 AI에 대한 내용이다. 인간의 마음이야말로 하루에도 7,000번씩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또 그중 80%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 절판되었다가 유튜버의 책에 소개되면서 재발행되었다. <역행자>의 주제는 2년간 2시간씩 책 읽기(22법칙)가 자신이 큰돈을 번 비결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는 인간의 생각이 그리 합리적이지 못하니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의심하고, 경계하라고 말했다. 이 책은 인간이 오류 투성이이며 마음의 한계와 생각의 함정을 가진 존재임을 역설(力說)하고 있다. 이 책은 다소 부연설명이 많으며(2장,3장 등),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4장), 너무 많은 자료를 나열하여 혼란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저자가 자신이 가진 지식의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 상품이 되는 세상에서 마음을 잘 다스리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는 확증편향의 늪에 빠진 사람들 속에서 산다. 주위를 둘러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