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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 9. 21:27

매일경제 2022.12.31. <장은수의 책과 미래> 

위대함에 용기를 투자하라

 

한해의 마지막 날이다. 돌아보면서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고, 내다보면서 앞날을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과거를 머릿속에 떠올려 후회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가. 이 때문에 우리는 '가지 않은 길'과 비교하여 자아를 성장시키거나 삶을 고쳐쓸 수 있다. 

  현재를 면밀하게 살펴 미래를 전망할 힘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이 때문에 우리는 더 좋은 날들을 상상하면서 삶을 가치 있게 개척할 수 있다. 막무가내로 움직이기보다 예측에 바탕을 두고 행하는 게 언제나 더 좋다. 예측은 성공 확률을 높이는 진화의 동력이다. 앞을 내다볼 수 있다면, 먹잇감을 획득하고 위험을 피하는 경쟁에서 유리하며, 타자와 협력할 상황에서도 적당히 눈치 보면서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다. 

   오늘 같은 날에는 한 차례쯤 인생을 큰 갈림길에 놓고 생각하면 더 좋다. 미국 작가 라이언홀리데이의 '브레이브'(다산초등 펴냄)에 따르면, 일찍이 그리스인들은 영웅 헤라클레스를 갈림길에 세움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질문했다. 

  갈림길 옆 소나무 그늘에서 헤라클레스는 두 여신의 유혹을 받는다. 화려하게 치장한 여신은 달콤한 목소리로 그에게 안락한 삶을 약속한다. 결핍이나 불행, 공포와 고통이 없는 길이다. 이 길은 평온한 일상을 상징한다. 그 길의 이름은 아마 '아무 일도 없었다'일 테다. 

  흰옷의 여신은 헤라클레스에게 고난과 희생의 길을 약속한다. 두려운 모험으로 가득한 이 길의 끝에서 헤라클레스는 노력의 과실을 따서 불사의 신이 되거나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다. 이 길의 이름은 '모든 것이 변하다'일 것이다. 당신이 헤라클레스라면 어떤 길을 택해 걸을 것인가.

  좋은 삶을 이루는 데 따르는 고통은 위대한 삶의 나침반이다. 고난 없이는 아무도 삶의 진실에 닿을 수 없다. 홀리데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없이 누구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모두 그 일을 해내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삶의 업적을 이룩할 가능성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용기는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반드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신을 다지는 일이다. 잔인하고 냉혹한 세상에서 오직 진실과 정의를 믿고, 좌절과 패애에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해서 일어서는 힘이다. 한마디로, 용기는 더러운 세상에 지지 않고 끝내 다시 살아가는 힘이다. 반성하고 예측하며 위대함에 자신의 용기를 투자하는 사람만이 훌륭해진다. 새해, 당신은 무엇에 용기를 내려하는가. -편집실험실 대표

 

 '용기'를 내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2023년에  '개인주의자'로 살기를 선언한다.  개인주의자는 개인의 마음과 생각을 소중히 여기고 충실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개인으로 개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집단주의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하고,  때로 외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집단주의는 결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기에 개인주의자로 충실히 살 계획이다.  그런다고 개인의 감정을 앞세워 공동체를 망가뜨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건강한 개인이 바로 설 수 있게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고, 그 실천을 내가 먼저 하고자 한다.  그 동안 집단주의에 맞춰 사느라 어떤 결정에도 개인이 아닌 집단이 먼저라고 여기고 스스로 만든 규칙을 따라왔다.  이제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사람이 아닌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 한다.  그 이유는 나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다. 개인이 자유롭고 건강한 조직이 건강한 법이다.  상대를 존중하되, 자기본위(自己本位) 즉, 자신을 먼저 존중하는 것을 선택하고자 한다. 

 

겨울꽃 상고대, 저 얼음속에서도 나무는 얼지 않고, 그 속에 살아있고,  그 속에서 봄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