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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의 편리함 본문
마스크 끼고 산 지가 9개월이 지났다.
마스크를 필수품으로 챙기게 되어 어떤 날은 밖에 나왔다가 집에 도로 들어가서 챙겨 나오기도 하지만 분명 마스크를 끼게 되어 편리한 점이 있다.
먼저, 직장 회식이 없어졌다.
보통 회식은 6시에 시작하든, 5시에 시작하든 12시가 넘어야 끝이 난다.
대략 4차까지 가고서야 마무리가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1차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2차로 맥주 마시는 호프로 이동을 하거나 노래방으로 이동한다.
노래방에서 1-2시간 지나면 나와서 아쉬운 마음을 달려려고 호프집에서 입가심을 하자고 한다. 그러면 시간이 대략 11시, 12시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새벽 3-4시까지도 이어진다.
말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쌍방 의사소통이 아니라 상사가 주로 말을 하고 아랫사람이 듣는 구조다.
그렇게 한 말 또하고 한말 또하고를 반복하면서 '동지애'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날 출근시간이 되면 어찌되었든 간에 대부분은 말짱한 복장으로 출근하여 제자리에 앉아 있다.
대부분 전날 있었던 일은 '우리까지 알자. 동지애를 지키기 위해' 라는 암묵적인 끈끈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전날 심하게 흐트러진 부하직원의 행태는 간혹 참석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제 마스크는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벗으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잡혔다.
식당에서도 거리두기를 하고 옆테이블은 비워두었다.
그러다 보니 촘촘하게 놓인 테이블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고, 우리는 경제적인 구조가 아닌 인간 중심의 누릴 권리를 좀 더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저녁이 있는 삶'은 어느 정치인의 구호로 나왔던 적이 있었으나, 사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회사의 회식문화, 접대문화로 지켜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바로 그 '저녁이 있는 삶'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남자들의 집안일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있다.
이런 문화가 마스크가 만들어낸 문화다.
우리의 음식 문화도 달라졌다.
이전에 '콩 한 쪽도 나눠먹는 정(精) 문화'를 돌이켜 보면
내가 먹던 과자 한개, 빵 한쪽을 떼어 나눠먹었다. 또 치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놓으면 된다는 생각에 된장찌개를 온 식구가 함께 먹었고, 심지어는 직장사람들과의 회식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찌개를 함께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비위생적인가?
이전에 '음식 덜어먹기 캠페인'이 있었으나 감히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할 엄두를 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연스러워졌다. 생각해 보면 과자 봉지에서 꺼낸 과자 한 개를 먹으라고 내미는 아이, 먹던 떡을 떼어 나누어 주는 아주머니의 손, 함께 먹자며 숟가락을 내미는 어머니의 손이 부끄러울까봐 받기는 해도 먹지 못했던, 먹지 않았던, 먹기 싫었던 이유가 바로 '내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가족끼리도 된장찌개를 놓고 함께 먹지 않는다.
각자의 그릇에 덜어 먹게 되었다.
또 먹던 음식을 내밀지도 않게 되었다.
도시락도 모여서 먹지 않고, 각자 자기 자리에서 먹는다.
다소 삭막해 보일 수 있으나 나를 존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모습이다.
마스크가 가져온 변화의 모습은 나쁜 것 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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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개월, 코로나19로 해야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어 두었던 것은 없는가?
오늘은 그걸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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