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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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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4.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7. 4. 22:42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이 되니 백일홍나무에  꽃도 덩달아 피기 시작한다.  여름 한 철 피고 지고를 반복하여 백일 동안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는데 꽃이 청량감을 주는 분홍빛과 좀 더 진한 보랏빛을 띠는 분홍빛이 각각 한 그루씩 화단에 핀다.  오늘 보니 둘 다 꽃이 피었다. 다른 나무에 비해 잎이 늦게 나서 "혹시 지난겨울에 추워서 얼어 죽었나?" 하고 걱정을 하는데도 싹이 트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다가 4월 말이나 되어서야 조금씩 잎이 핀다. 다른 나무에 비해 늦되는 셈이다.  백일홍 나무의 꽃은 가벼운 종잇장을 구겨놓은 것처럼 가볍게 오글거리면서 핀다. 가까이서 보면 별 볼일 없어 보여도 멀리서 소복소복 핀 모양새를 보면 여름날 하늘에 뭉게뭉게 피는 구름과 파란 하늘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여름꽃으로 능소화가 손꼽히지만 능소화는 주황빛이 진하여 파란 하늘빛에 너무나 대조적이다. 나는 능소화보다는 백일홍 나무가 좋다. 나무줄기 껍질이 매끈하여 잘 생긴 데다 야무지고,  수형도 위로 쭉 뻗지 않고 둥글게 퍼지면서 아름다운 자태와 품격을 가졌다. 한옥집 마당에 백일홍 나무 한 그루 심어 놓으면 담너머로 보이는 꽃이 참 곱다.

  백일홍나무는 자글자글 종잇장 접어놓은 듯한 꽃이 멀리서 봐야 더 예쁘다. 왜 꽃을 보면서 성형을 떠올리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성형을 많이 하는 이유가 남성 위주의 사회를 반증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성형 중독, 성형 수술 중 사고사 등등 성형은 여성을 옭아매는 또 다른 족쇄가 되어 가고 있다.  성형으로 미인이 된 사람이 포퓰리즘의 중심에 서기 쉽다. 우매한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능가하는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포퓰리즘이다. 인기 영합주의라는 말이다. 잘 생긴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건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본능은 옳고 그름과는 무관하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줄 아는 게 통찰력이다.  그게 지혜로움이다. 

 

  사람은 너무 멀찍이서 보면 겉만 보고 속을 알지 못한다. 가까이 지내고 자주 봐야 속도 알고, 겉도 안다. 오늘은 미뤄 두었던 대화를 나누었다. 먼저 말을 꺼내 준 사람이 고맙다.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은 피드백이 잘 되는 사람이다.  내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수행자라는 걸 오늘도 다시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