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요즘 결혼식 본문

카테고리 없음

요즘 결혼식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2. 15. 21:01

연달아 토요일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왔다. 요즘 결혼식의 흐름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이번에 다녀온 결혼식은 요즘 결혼식의 전형이 아닌가 한다. 순서를 적어본다.

신랑신부의 어머니가 같이 화촉을 밝히면서 결혼식이 시작된다. 사회자는 전문적으로 사회를 보는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식을 이끈다. 신랑이 등장하고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하객들 앞에 선다. 주례가 없다. 두사람이 혼인서약서를 순서대로 낭독한다. 사회자가 혼인이 성사되었음을 선언한다.  전문 축가 가수가 폴킴의 노래를 부른다. 여기까지 했으면 아쉽고 심심할 뻔 했다. 신랑이 축가를 하겠다고 한다. 영탁 가수의 <찐이야>를 부르는 동안 식장은 한껏 달아오른다. 이어 분위기를 가다듬고 신부측, 신랑측 부모님께 순서대로 인사를 한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행진을 하는 것으로 끝나고 사회자는 바로 식장을 떠난다. 가족사진, 친구사진 찍는 시간이라 사진사가 나서서 사진촬영을 주도한다. 이 모든 과정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서 부페로 차려진 하객을 위한 식사시간이다.  식사권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다. 이번 결혼식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전주에서 열렸기에 다소 음식에 대해 기대를 해 봤다. 아니었다. 음식 가짓수는 많아도 음식 먹는 분들 모두 뭔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결같이 잘 차려진 갈비탕 한 그릇이 낫겠다는 말들이 이어졌다. 여러 팀이 동시에 진행되는 결혼식이 있다보니 식사장소는 매우 혼잡하다.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즐기기 보다 급히 음식을 먹고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분위기다. 수시로 직원들이 빈 접시를 가져가면서 테이블을 치운다. 부페는 지역색을 지우고 음식 맛을 평균화하는 대표적인 문화다. 게다가 냉동음식이 많다보니 여름에 음식들을 먹어도 썰렁한 기분인게 느껴지니 다들 뜨거운 갈비탕 이야기를 했나보다. 축의금을 내고 식권을 받았어도 식사를 하지 않으면 따로 마련된 곳에서 답례품으로 받을 수도 있다.

연이은 두 번의 결혼식에서 부페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음번엔 답례품을 받고 집에 돌아와 편한 옷 입고 따뜻한 밥을 먹자고 말했다. 요즘결혼식장 예약은 1년 전에 해야하고, 날짜도 식장에서 빈 시간을 받는 거라는데 정작 중요한 예식은 숙제 치르듯이 후딱후딱 치루고 마는 것 같다. 예전에도 그랬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