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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본문
다정함의 힘 (powerof kindness)
영화는 1부 에브리씽, 2부 에브리웨어, 3부 all at once로 구성되어 있다. 단란해 보이는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에블린. 동전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상가 2층에서 살고 있다. 사업은 운영 중이지만 세금 체납으로 세금 조사를 받고 있다. 남편 웨이몬드는 에블린의 눈에 차지 않는다. 딸은 동성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다. 자신의 결혼을 거부한 아버지는 이제 딸의 보살핌을 받기 위해 딸네 집에 얹혀살려고 왔다. 이런 상황이지만 에블린은 자신의 세탁소에서 오늘 저녁 아버지를 환영하는 파티를 열려고 한다. 국세청에서 세금조사를 마친 후에. 그러니 실제로 에블린은 국세청 조사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이 든 아버지, 철없는 남편과 철부지 딸이 다 에블린의 숙제처럼 여겨졌다.
생각만 해도 벅차는 에블린의 상황이 보인다. 에블린은 세금 영수증을 구분하는 데에 집중하지 못한다. 세탁소의 동전교환기는 고장이 났다. 이 또한 고칠 생각을 못한다. 딸이 동성 친구와 돌아가는 차를 붙잡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 "너 살쪘어. 음식 건강하게 먹어."라는 맘에 없는 말만 하고 만다. 에블린의 관점에서 보면 철없는 남편, 내 인생을 응원하지 않은 못된 아버지, 이기적인 딸, 전처의 향수 냄새를 맡았다고 치근덕대거나 전화 통화하면서 물건을 찾는 예의 없는 고객 정도로 보이지만 나음의 이유가 있었고, 다들 제 나름의 사연이 있었음을 영화 끝에서 보여준다.
all at once 는 '한꺼번에'라는 뜻도 있지만 '단 한 번'이라는 의미도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나는 에블린과 딸 조이가 나누는 대화에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발견하였다.
영화 초반에 조이는 에블린에게서 떠나면서 차에 탔을 때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차에서 내린다. 그 때 조이는 뭔가 엄마로부터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기대했을 것이다. 사춘기 소녀란 불안하고 또 불안하니까. 그런 종이에게 에블린은 하고 싶은 말은 빼고 "너 살쪘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음식을 먹어"하고 잔소리만 하고 입을 닫는다. 조이는 서운함을 안고 차를 몰고 떠난다.
영화 마지막에 다시 조이가 "엄마랑 있으면 둘다 지치니 떠나겠어."라고 말하면서 차를 타고 떠나려 할 때 에블린이 조이를 부른다. "조이, 너 살쪘어. 그리고 가족 행사 있어도 전화 한 통 안 해. 돈도 안 드는데. 아쉬울 때만 찾아오고. 문신도 했어. 가족을 상징한대도 싫어. 난 문신이 싫으니까. 난 어디든 갈 수 있는데 뭐 한다고 여기 있겠니? 우릴 하찮은 쓰레기로 느끼게 하줄 새로운 뭔가가 있을 수도 있다. 네가 그 모든 소음을 뚫고 날 찾아다닌 이유를 설명해 줄 무언가가. 그게 무엇이든 간에 난 너랑 여기 있고 싶어. 난 언제까지나. 너와 여기 있고 싶어. "
조이가 묻는다. "그래서 뭐. 나머지 문제들은 다 무시할거야?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잖아. 왜 그런 곳으로 가지 않는 거야? 엄마 딸의 모습이...... 안 이런 곳. 이곳은 그래봐야. 상식이 통하는 것도 한 줌의 시간뿐인 곳이야."
"그럼 소중히 할거야. 그 한 줌의 시간을. 다시 시작해 보자. "
"너무 어색하다. "
"어색하다. 그치?'
"아직도 파티하고 싶어."
"다 부질없는 거잖아. 우린 원하는 것 뭐든 할 수 있어." 에블린과 조이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에블린은 가족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드러내고, 조이는 마음 같지 않게 초라하고 가족의 마음에 차지 않는 자신이 싫어서 도망치려고 했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결국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 가족'이다. 너무나 뻔한 결말이다. 그러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려다 자식이 얼마나 컸는지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에블린과 같은 어른들에게, 말초신경의 자극만을 주는 베이글과 같은 현실 세계의 꿀을 좇는 젊은 세대의 조이들에게 묻는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때로 능력이 없어 보이고, 초라해 보이지만 다정함을 잃지 않는 아빠가 미국말에 어눌한 부인 에블린을 위해 준비한 이어폰과 메모가 잠시 에블린을 혼란스럽게도 했지만 에블린은 현명하다.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 '지금, 여기, 내 가족'을 선택하여 살아가는 자신을 존중한다. 이 영화는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도 닮은 곳이 있다. 내가 이루지 못한 삶의 굽이 굽이마다에서 머물렀다면 내가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주인공이 보게 한다. 그리고 결국 현재의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편 웨이몬드가 준 이어폰은 다중우주를 경험하는 매개체가 된다. 조부 투파키라는 이름의 적이 된 딸 조이. 실로 황당하고 기괴한 장면이 많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에블린은 '약간의 여유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나름의 이유'를 발견한다. 창의성은 경계에서 발견된다고 했던가. 삶에 찌든 중년 부인 에블린도 짧은 시간이지만 이어폰을 쓴 순간 엄청난 소용돌이를 경험한다. 그리고 주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한다. 존엄, 자유, 평등, 사랑, 희망 이런 가치들은 잊은 채 오로지 삶을 살아내야 한다고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던 에블린에게 남편 웨이몬드는 사실 다정한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에블린에게 다중우주를 경험하게 하고, 다중우주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다정한 사람이 필요하다. 다정함의 힘은 이솝 우화 <해와 바람>에서도 알 수 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쪽이 이기는 게임에서 바람은 외투를 더 감싸 쥐게 하고 해는 외투를 벗게 하지 않던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 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도 분노보다는 다정함이 더 큰 힘을 작용한다. 에블린이 발견한 가족을 살리는 힘은 다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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