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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미스 해리스 파리에 가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2. 15. 23:31

일상을 벗어나면 현실이 보인다

   전쟁에 나감 남편이 죽은 지 13년이 지났지만 살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청소부로 열심히 살았다.  유일한 낙은 재향군인회 댄스파티에 가는 일뿐.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전사했다는 전보와 반지가 우편으로 왔다.  에이다는 자신이 일하던 집의 부인이 산 드레스에 반한다.  프랑스 파리 몽테뉴거리 크리스천디오르가 만든 라비상트드레스를 가진 여자는 에이다의 수고비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한다. 

  마침 복권에 당첨된 걸 계기로 가진 돈을 탈탈 털어 500파운드짜리 드레스를 사러 가기로 한다.  어디서 돈이 났을까? 복권 판 돈, 저금, 우체국예금, 가스 끊고 받은 돈, 남편 사망 연금, 귀걸이 주워서 신고하고 받은 사례금 등 총 582만원이 모였다.  개 경주에서 오뜨 쿠튀르(고급 의상을 파는 상점)이라는 이름의 개에 무작정 100파운드를 걸었건만 다 날렸으나 지인의 도움으로 그 돈은 좀 더 불어서 돌아왔기에 가능했다.  

 

   무작정 자신을 막 대하는 부잣집 여자에 대한 복수심,  '나도 저 드레스 살 수 있다, 나도 사고 싶어'라는 마음에서 파리를 가기로 한 건지,  남편이 죽은 상실감에서 였는지는 모르겠다.  에이다는 파리로 떠났고 거기서 두 가지를 경험한다.  한 가지는 노동자들이 왕인 세상이다.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식의 파업으로 맞서서 결국은 노동자를 속인 쓰레기 왕이 처벌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옷을 만드는 사람들의 세상을 보게 된 것이다. 동화 같은 드레스지만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의 대가이며 그 안에는 고위 계급일수록 요구는 많고 노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는 그에 상응하지 않다는 거다. 

   결국 자신이 원하던 드레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에이다는 돌아온 날에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배우 지망생에게 드레스를 빌려주었고,  드레스를 난로에 기대 불에 태우는 사건이 생긴다.  에이다는 실망하여 드러눕고 불 탄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보고 디오르 하우스에서 에이다가 가장 갖고 싶어 했던 드레스를 선물로 보내준다.  에이다가 디오르 하우스가 위기에 처해 대량 해고했을 때 사람들을 설득하여 대량 고용을 하게 했고, 한편으로는 에이다처럼 디오르의 옷을 사랑한 사람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수도 있다.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사기 위해 전 재산을 가지고 온다면 감동하지 않겠는가?

 

 디오르는 하나의 이름이지만 각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다.  그러므로 디오르는 가치있고 변화가 가능하며 진보할 수 있다. 

 디오르는 우아함과 퇴폐, 파리의 멋을 대표한다. (이폴리트 후작)

 디오르는 우아함과 경험의 옷이다(에이다)

디오르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준다(마담 콜베르)

 

 이 영화 <미스 해리스 파리에 가다>는 단순하게 보면 "꿈꾸는 사람이 꿈을 이룬다", "실행력이 최고!", "끌어당김의 법칙의 승리!" 등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안에 실존주의, 노동자와 사용자와의 갈등, 여성 등의 동화와 같은 고급 옷들이 가지는 허상과 그 뒤의 세상, 전쟁 뒤에 살아남은 사람이 감당하는 문제들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빛나는 드레스가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마치 디오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말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다.  해피엔딩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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