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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 본문
서열 본능은 유전인가? 평화는 헛된 망상인가?
이 영화는 대놓고 의문을 제기한다. '이래도 되냐? 어디까지 그래도 되냐?' 거칠 게 몰아붙여서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직접 묻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계속 질문을 던진다. 여자 모델의 1/3 수준의 모델료를 받는 남자모델,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이자 여자 모델인 여자친구와 식당에서 밥값을 계산하는 일로 실랑이를 벌이지만 결국 밥값은 남자의 몫이다. 요즘 데이트 비용은 반반통장을 쓴다는데 외국은 아직 그 수준까지 안 갔나 보다. 왜 여자모델이 더 수요가 많을까? 남성들이 선호해서? 아니면 여성들이 소비에 취약하니 여성들에게 어필할 일이 많아서? 단조로운 사회일 경우일수록 비교 대상이 될 확률이 높으니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들 비슷하니 소비에서라도 자신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고 이런 여심을 이용하는 상술이 발달할 수밖에. 인플루언서는 밀가루 알러지가 있지만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소비 행태를 조장하는 선봉에 서 있다. 인플루언서와 남자 친구가 초호화 크루즈 승선 티켓을 협찬 받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인분 비료를 팔아서 부자가 된 러시아 사업가, 폭탄을 만들어 부자가 된 사업가, 허영심 가득한 여성 모델, 치매에 걸려서 엉뚱한 말만 반복하는 독일 여성 (인덴볼케.....) 등등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크루즈에 올라탄 사람들은 터무니 없는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돛이 있을리 없는 현대 크루즈인데도 돛이 더러워졌으니 닦아야 한다, 시중드느라 힘드니 일하던 사람들 모두 나와서 수영자을 즐겨라 ...... 돈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장치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크루즈 직원들은 돈, 돈, 돈을 벌자고 시작하기 전부터 외치던 사람들이다.
선장이 주최하는 만찬이 있던 날 위기가 고조된다. 태풍이 불기 시작하고 배는 출렁거린다. 그러나 예정된 음식은 계속 날라오고 손님들은 토할 것 같은 위장을 부여잡고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다. 결국 여기 저기 토하기 시작하는 손님이 발생하고 손님 방의 변기들은 오물을 토한다. 그 와중에 직원들은 그 오물을 치우기에 분주하다. 아직은 끝이 아니다. 배는 난파당한다. 몇몇 살아남은 사람 중에 청소담당 애비게일은 먹잇감을 사냥하는 실력을 보이면서 우두머리로 올라선다. 값비싼 시계와 문어 몇 조각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남자 모델은 애비게일의 본능적 요구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음식을 받고 그 음식을 여자친구인 여자 모델이 받아 먹는다. 그러다 남자들이 힘을 합쳐 덩치 큰 짐승 사냥에 성공하자 서열은 어긋나고 뭔가 보여줘야 하는 청소부는 여자 모델과 함께 지역 탐방을 나선다. 그러다 발견한다.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딸린 리조트를 . 그들이 알고 있는 건 전부가 아니었다. 거기는 무인도가 아니라 섬은 뒤켠이었다는 사실. 을에서 갑으로 살아 본 애비게일은 다시 을이 되기 싫었다. 을로 살았던 여자모델은 다시 갑이 되어 애비게일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애비게일은 다시 을이 되지 않으려고 여자모델을 살해한다. 이들이 발견한 현대식 리조트는 당분간은 모두에게 엄청난 비밀로 남을 것이다. 아니 평생일 수도 있다. 누군가 금기를 깨지 않는다면.
이 영화에서 유난히 기이한 장면이 있다. 공산주의자 선장과 반공산주의자 러시아 부자가 난파 직전의 선장실에서 나누는 격언 대결이다. '바보와 논쟁하지 마라. 그들과 같은 수준으로 당신을 끌어내린 다음 우겨서 이긴다.(마크트웨인)', '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와 같은 이념이다. (에드워드 애비)' 이런 식이다. 지적 허영심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보여진다. 난파 직전의 배를 책임진 선장으로서 손님을 피신시키고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시 해야 함에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지식인층을 겨냥한 장면으로 보인다.
삼각형 구조의 지배 본능은 유전자에 새겨진 인간의 본능일까?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는 필연적인 문화의 산물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삼각형의 구도는 깨지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평화는 닿지 못한 무지개인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은 행동을 뛰어넘지는 못할 때가 있다. 생각은 흘러가지만 행동은 결과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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