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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I MAY BE WRONG)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0. 21. 23:45

행복에 이르는 마법의 주문  "I MAY BE WRONG"

 

   새로 옮긴 직장에서 적응하느라 책 읽기를 뒤로 미뤘다.  책 읽기가 앞서면 돈을 받고 하는 일이 뒤로 밀리니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렇게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나니 고양이가 생선을 못 먹은 듯이 뭔가 허전함이 있던 차에 도서관에 들러 다섯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이 책이다.  맛있는 음식을 나중에 아껴먹는 건 아이 때나 하는 짓이다. 이젠 맛있는 음식부터 먹는다.  그 시간도 귀하게 생각되서다. 

  글을 쓴 사람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로 스웨덴 태생이며 대기업 임원 2년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태국의 정글 숲에 들어가 부처가 했던 생활 그대로를 체험하기 위해 숲속 승려가 되었다.  그렇게 태국에서 7년,  영국 등지에서 승려로 살다가 46세에 환속하였다.  환속 후 18개월 동안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명상을 강의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2022년 1월 루게릭 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명상과 수행을 하였다.  단 한 권의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남겼다.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57쇄를 찍었다. (대략 1쇄는 1만 권을 말한다고 한다. )

 

  서양인이 동양의 종교인 불교에 심취해 승려가 되는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종종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슈를 이용하여 몇 권씩 책을 펴내는 사람도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삶을 살고 나서 책이 나오는 경우라면 진정성 면에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비욘은 법명으로 나티코(지혜가 자라는 자)를 받았다.  법명은 그 사람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는데 태어난 요일에 따라 정해진 이름 중에서 고르게 된다고 한다.  스승이 비욘을 지혜가 자라는 사람이 되라고 해서인지 저자는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이 깨달은 지혜를 사람들에게 베풀었고, 행동과 말로 실천하였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해가 뜰 때까지 명상한 후에 탁발을 하러 아랫 동네를 돈 후에 동네사람들이 준 음식들로 차려진 아침을 먹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울력(협력하여 하는 일)을 하고 저녁 5시에 차와 다과를 먹으며 저녁까지 명상 또는 강연을 듣는 게 전부인 일상을 숲 속에서 반복하고 이후 영국, 스위스 등지에서 승려로 산 17년 간 저자가 얻은 것은 두 가지다.  첫 째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 않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를 초능력이라 말한다.) 둘 째는 앞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숲 속 승려는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규율이 있다. 그럼에도 하루 한 끼의 식사지만 굶지 않았고, 언제나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움켜쥐지 말로 손을 펼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먹을 펴고 살아가라" 거기에는 순간의 지성(직관)과 누구나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 가능하다. 

 

   저자가 발견한 우주의 법칙은 두 가지다. 첫 째는 '모든 것이 원래 되어야 하는 대로 된다. 항상. 우주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둘째, '당신이 알아야 할 때 알아야 할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다. 

 

  책 제목은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에서 온 것이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주문을 세 번 하면 근심이 사라질 수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I MAY BE WRONG) 내가 틀릴 수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P.130) 인간은 본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살아가려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어. 내가 다 알지는 못해.'라는 생각이 익숙해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은 흔치 않다.(P.131) 현실 속에서 '내가 틀릴 수도 있어!'라는 생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 속에서 남과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 자신이 틀렸다는 말을 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 번 그 말을 하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 여유로움은 또 다른 삶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것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인 구글에서 채용 인터뷰를 할 때 이런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 어떤 일을 했나요?" 이 의미는 불교의 거룩한 마음가집 네 가지 중 희열(喜悅)에 해당된다. 저자는 불교에서 지향하는 거룩한 마음가짐 네 가지를 소개한다. 자애(慈愛), 연민(悲心), 희열(喜悅, 인간이 타고난 능력,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 공감적 기쁨), 평온(平溫, 捨心(마음을 버리다, 알아차림이 부르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순리대로 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다. (p.218)

 

  '신은 당신이 절대 찾지 않을 만한 장소에 가장 귀한 보물을 숨겨 두었다. 바로 당신의 주머니다.(p. 297)' 항상 귀한 것을 찾기 위해 타인의 행동과 말을 보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말이다.  가장 귀한 보물은 정작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 있으나 그걸 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대부분의 사람이 하는 실수이자 깨달음이다. 혹자는 평생을 지나도 알지 못하기도 한다.  

 

  비욘의 책 말미에 스위스에서 스스로 정한 시간, 정한 방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선택과 그 과정이 소개되었다.  병을 알고 나서 치료하느라 힘든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죽음의 시간을 선택한 아버지가 맞은 죽음은 분명 희열의 순간이었다.  비욘은 육체를 우주복에 비유했다.  루게릭병을 선고받고 몇 날을 울고 나서 수용하는 과정과 고통받는 순간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엘리자베트와  함께 한 시간들,  음료를 마시고 죽는 방식으로 자신의 죽음의 시간을 선택하고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세상을 떠났다.   존엄사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어도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너무나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한다.  죽음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책의 챕터마다 실린 토마스산체스의 그림은 대자연 속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자연속에서 사람은 일부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인간세라고 해도 사람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으로 돌아간 비욘의 삶은 울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