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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월든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0. 9. 23:07

  월든 호수를 온전히 소유한 사람, 오두막을 버리고 떠나다

 

  월든호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콩코드시에 있는 호수 중 하나다.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1845년(28세)부터 47년(30세)까지 2년 2개월간 소로우가 지냈고, 이후 여러 해 동안에 걸쳐 호수에서 머문 이야기를 썼다.  책은 1854년(37세)에 초판이 나왔다.  소로우의 책은 톨스토이, 마하트마 간디, 법정스님등에게 호평을 받았다.  특히 법정스님은 불일암을 짓고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인물로 유명하다. 생전에 법정스님은 월든호수를 여러 번 찾았다고 전해진다. 

  <월든>은 호수에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로우는 측량기사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여러 곳의 호수의 깊이를 재서 지도를 만들었다.  호수에 얼음이 얼 때는 어느 곳에서 먼저 얼음이 얼고 녹는지를 연구했으며 얼음 속에 맺히는 공기방울이 얼음을 녹게하는 렌즈의 역할을 한다는 것까지도 알아냈다.  철저하게 연구하고 호수를 철저하게 소유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고 미련 없이 호수를 떠났다.  

  

   여러분은 병들 때를 대비하여 돈을 벌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그러나 돈을 벌려고 너무나 무리를 한 결과 병이 들고 마는 것이다. (p.21)

옷을 보고 판단하는 문명국(p.44)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 북치는 사람)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p.482)

 

  대체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않고 거짓된 입장에 있다. 천성의 어떤 약함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사정을 지레짐작하고 우리를 그곳에 맞추어 넣어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 사정에 처해 있으며 거기서 빠져나오기란 두 배나 어려운 것이다. (p.484)

 

  스물 여덟의 청년이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호숫가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  지금도 돈을 버는 일이 가장 우선순위이지만 1845년,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그가 인용하는 글이 공자의 논어 등의 동양 철학서들이 포함된다.  남다르다.  그리고 머문 2년을 되새겨서 글로 만들고 책으로 묶어냈다.  온전히 호수를 소유하고, 사유한 결과물인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과 자연 탐구의 과학적인 사유의 결과물이라서 탄복하게 된다.  

   1993년 초판 번역본이 나온 이후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54쇄를 찍어 약 3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2011년 기준) 강승영님의 번역을 위한 지극한 <월든>사랑과 소로우에 대한 예찬을 확인할 수 있다. 자연주의 사상과 함께 출세지향주의,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으뜸으로 손꼽는 책이라고 한다. 어쩌면 노장사상을 겸비하고 있다고 보인다.  공자는 사회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인(仁, 사랑)을 말했다면 노자와 장자는 개인이 행복해야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소로우는 그런 면에서 노자와 장자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좋은 책을 미루고 미루어서 읽었다.  각 장마다 새롭게 구성되어 있어서 어떤 장을 펼쳐도 읽기의 맥락을 끊지 않는다. 오래 읽고 싶은 책이다. 책에 낙서를 해 가면서 읽었다.  헌 책방에서 산 책이라 부담 없이 낙서를 했다. 온전히 소유해 본다. 이 책. <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