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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8. 2. 18:40

30년 비전으로 300년 왕국을 꿈꾸다

 

  이 책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의 대필 자서전이다. 손정의는 1957년 일본 후쿠오카 출신으로 한국인 3세다. 철로 옆 판자촌의 함석지붕이 있는 집에서 돼지를 키우면서 살았던 할머니가 일군 터에서 아버지는 밀주(소주) 판매, 파친코 사업, 사채업, 실내 낚시터(빨간 잉어 잡으면 일만엔) 등으로 부를 일구었다. 그런 아버지는 사업 수완이 있어서 밀주를 제조하고 몇 집에 10병씩 두고 판매하고 맡아준 집에 1병을 제공하는 ‘팔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넌 어른이 되면 눈앞의 돈을 버는 데만 인생을 허비하지 말아라. 너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자주 하던 말은 “대단해. 넌 천재야!”, “다른 사람에게 배우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였다고 한다. 자서전이다 보니 미화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잠시 몸이 아파서 가세가 기울 때 가족을 돌보는 일은 형에게 맡기고 일찍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큰 꿈을 꾸게 된다. 언어 번역기 만든 것도 미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1981년 일본으로 돌아와 소프트뱅크를 창업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판매하는 일을 하다 2006년 이동통신업에도 진출한다. 2013년 급기야 반도체 설계회사인 암ARM 회사를 약 33조 원에 인수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최근 차량공유업체에 관심이 많아 우버에 지분을 갖고 있는데 자율주행자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목표다. 2023년 현재는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회사를 운영 중이다.

손정의는 은사(스승)를 여럿 손꼽는다. 샤프(계산기 회사) 사사키는 “함께 하는 번영”이라는 신조를 가르쳐 준 사람이고, 파나소닉의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이른바 ‘수도철학(수돗물처럼 대량 생산으로 풍요로운 사회 건설)’, 사카모토 료마(정치가, 지사)는 에도 막부 270년 종식 후 일왕 중심의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이바지한 인물로, 노다 가즈오, 비영리단체 일본종합연구소 사장은 ‘꿈만으로 안된다. 뜻을 단단히 세워라’는 교훈을 준 인물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손정의는 사인을 해 줄 때 “뜻은 높게”라고 쓴다고 한다.

3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에도 막부가 270년을 지냈으니 그 보다 뛰어넘는 시기로 정했다. 이를 위해 “다양성”이라는 기틀 위에 ‘30년 비전팀’을 구성하여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손정의의 철학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000번 노크는 야구 훈련법에서 온 용어로 성공할 때까지 1000번 반복할 정도로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다. ‘3000:1(연어의 부활)’은 암컷 연어가 한 번에 2천 혹은 3천 개의 알을 낳는 반면 끝까지 살아남아 새끼를 부화시킬 수 있는 건 암컷, 수컷 각각 1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3000개의 알 중 한 마리씩만 살아남는다는 가혹한 현실을 이름이다.

 

한때 교사를 꿈꾸었지만 “미래 후손들로부터 저 사람이 그때 태어나줘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581P) 그런 손정의의 향방이 주목된다. 그는 현재 한국 쿠팡 투자, 비전 펀드 등에서 실패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가 꿈꾸는 미래에 올라타는 사람은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손정의는 일본인이 존경하는 인물 1위라고 한다. 손정의의 질주를 응원한다. 그의 꿈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이 아니기에. ‘함께하는 번영’이기에 응원한다.

  처음부터 알고 읽는 게 좋다. 이 책은 이미 여러번 나왔던 손정의의 자서전 중 하나이고, 그가 직접 쓰지 않았고, 대필 작가에 의해 쓰여졌으며 어느 정도는, 혹은 많이 미화된 부분이 있다. 그럴지라도 스케일이 남다른 건 인정해야 한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 중 한 명이고 300년을 내다보는 포부가 남다르며 역사는 그를 어떻게든 기록할 것이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